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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온두라스전]흐느낀 '캡틴' 장현수, 희생-헌신에도 웃지 못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8-14 09:05


◇벨루오리존치(브라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스타디움.

온두라스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2회 연속 4강행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캡틴' 장현수(24·광저우 부리)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흐느꼈다. 4년 만에 이룬 올림픽 출전. 희생과 헌신을 노래했지만 끝내 웃질 못했다. 그라운드로 들어온 동료들의 위로와 부축을 받으면서도 터진 울음은 그쳐지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미네이랑의 비극'을 맞이한 한국 축구의 심정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장현수는 2012년 런던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최종명단에서 낙마했다. 동고동락 했던 홍명보호가 런던에서 4강 신화를 쓰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면서 병역 혜택을 손에 쥐었음에도 신태용호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제의를 수락한 것은 '올림픽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그런 장현수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조별리그에 나선 신태용호는 승승장구 했다. 피지를 상대로 8골을 퍼부으며 클래스를 증명했고 강호 독일, 멕시코를 상대로 무패를 기록했다. 한국 축구는 사상 첫 올림픽 조 1위 8강행의 새 역사를 썼다. 캡틴이자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을 오가며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한 장현수의 공헌이 상당했다. 수비수들은 감독이 시키지도 않은 '보충 수업'을 별도로 했다. 장현수는 자신의 방을 '사랑방'으로 만들었다. 수비수들을 불러 모아 토의하고, 연구했다. 멕시코전 무실점 승리는 이런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일궈낸 하모니였다.

장현수는 "내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상대 분석을 통한 경기 얘기를 많이 한다.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온두라스전을 앞두고는 오직 필승 만을 외쳤다.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경기에서 이겨도, 또 져도 팀이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이 많은 미팅을 통해 온두라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다. 온두라스 공격수들이 빠르다보니 그 부분을 주의해야한다. 수비수들의 간격유지도 신경써야 한다"고 분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장현수의 말처럼 한국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온두라스전을 주도했음에도 역습에 의한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면서 결국 패배로 경기를 마쳤다. 동료들이 썼던 4강 신화의 추억을 간직하며 내심 새 역사를 그렸을 장현수의 '리우 질주'도 그렇게 마무리 됐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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