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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문 제주 곽해성 "내 자신을 내려놨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7-20 19:52


'임대생' 곽해성이 제주에서 새출발을 다짐했다. 곽해성이 7일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 자신을 모두 내려놓고 모든 걸 던질 겁니다."

곽해성(25·제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있었다. 갑작스러운 이적에 대한 당혹감을 새 출발에 대한 희망과 각오로 덮었다.

경희고-광운대를 거친 곽해성은 장래가 촉망받는 수비수였다. 곽해성은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일원으로 2011년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U-23 대표팀에도 승선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에 일조하며 병역 혜택도 받았다. 당시 K리그 클래식 성남 소속이었던 곽해성은 서울과의 FA컵 결승전에 나서 팀의 우승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재능을 인정받은 곽해성은 2015년에도 성남에서 리그 23경기에 출전, 3도움을 기록하며 착실하게 입지를 넓혀갔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곽해성의 축구인생. 하지만 올시즌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포지션 경쟁자 이태희가 치고 올라왔다. 이태희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곽해성은 9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마저도 교체로 투입되는 경우가 잦았다. 팀도 순항을 이어가며 곽해성의 존재감은 서서히 희미해졌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물러설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곽해성은 "지난 시즌보다 입지가 줄어든 것을 느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해 자리를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곽해성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7일 제주의 공격수 김 현과 맞임대가 됐다. 곽해성은 "제주로 임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전혀 몰랐다"면서 "솔직히 처음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고 털어놨다. 자존심도 상했다고 한다. 곽해성은 "성남에서 주전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자존심에 금이 간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한탄만 늘어놓기에는 시간이 없다. 다시 이를 악물기로 했다. 곽해성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빠르게 마음을 추슬렀다. 내 자신을 내려놓고 그라운드에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며 "제주 역시 좋은 팀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는 점에서 성남과도 스타일이 유사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중간에 맞이한 새로운 적응기. 곽해성은 다부진 목소리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해성은 "나는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측면 수비수다. 크로스도 괜찮고 공격 가담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주는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에 내가 잘 녹아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주 선수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새 팀에서 새 출발을 선언한 곽해성. 하지만 친정팀 성남에 대한 귀여운 뒷끝(?)도 드러냈다. 때는 성남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수원에 덜미를 잡혔던 13일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 곽해성은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내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며 수줍게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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