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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6이 한국축구에 주는 교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7-12 00:29


ⓒAFPBBNews = News1

한달 동안 축구팬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던 유로2016이 포르투갈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그 어느때보다 이변이 많았던 대회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본선 진출국 성적 예측 보고서에서 포르투갈의 우승 확률은 8%에 불과했다. 사상 첫 본선 진출에 들떴던 웨일스는 4강 신화를 썼고, 인구가 33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16강에서 잉글랜드를 꺾는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이같은 '언더독들의 반란'은 한국축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이저대회마다 한국은 어쩌면 이들보다 더 아래인 '언더독'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로 대회가 24개국 체제로 바뀌며 언더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 사실이다. 조 3위까지 16강 티켓이 주어지면서 전략적 선택이 가능했다. 웨일스,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첫 유로 대회 나들이에 나선 북아일랜드와 슬로바키아도 16강행에 성공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아일랜드와 헝가리도 16강에 오르며 반사이익을 봤다.

하지만 준비 없이 결과도 없다. 언더독들은 이번 대회에 앞서 철저한 전략을 세웠다. '실리축구'다. 우승을 차지한 포르투갈은 물론 웨일스,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 슬로바키아 모두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로 재미를 봤다. 포르투갈은 호날두, 나니, 웨일스는 베일을 선봉장으로 앞세우며 승승장구했다. 이들의 수비축구는 '유로2016을 재미없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완성도는 주목할만 하다. 포르투갈은 전문 스트라이커 없는 4-4-2를 바탕으로 과감한 압박을 펼쳤고, 웨일스는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들며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아이슬란드 역시 고전적인 4-4-2를 중심으로 한 두 줄 수비로 재미를 봤다.

유로 대회는 전술 트렌드의 경연장으로 불린다. 유로2012에서는 제로톱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유로2016에서는 이렇다할 공격전술이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빅앤스몰 투톱 등 과거 유행했던 전술들이 각광을 받았다. 이미 강점과 약점이 다 드러난 전술이다. 새로운 방법을 찾기 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언더독들이 그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서는 신태용호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슈틸리케호 모두 명심할 부분이다. 수비 안정화 없이 성적도 없다. 결국 토너먼트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수비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언더독들은 개인 보다는 팀 스피릿을 앞세웠다. 포르투갈도 호날두 부상 이후 엄청난 정신력을 보였고, 자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웨일스, 아이슬란드는 모두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우승후보라 불린 스페인과 잉글랜드는 가진 것의 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이미 우리는 '팀 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확인했다. 이번 유로2016에 나선 언더독들이 하나로 뭉친 팀들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재확인 시켜줬다. 대사를 앞둔 한국축구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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