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로2016의 볼거리 중 하나는 영연방 국가의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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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유로대회 진출에 성공한 '언더독' 웨일스가 비빌 언덕은 딱 하나, 바로 '세계 최고 몸값의 사나이'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이었다. 캡틴 애슐리 윌리엄스(스완지시티)가 이끄는 수비진과 애런 램지(아스널), 조 앨런(리버풀)이 포진한 미드필드진은 수준급이지만 공격을 이끌 베일의 존재가 없다면 웨일스는 평범한 팀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웨일스 국민들의 시선도 베일의 발끝을 향했다. 무거운 부담감, 하지만 베일은 이를 극복했다.
웨일스는 후반 16분 슬로바키아의 온드레이 두다(바르샤바)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36분 할 롭슨카누(레딩)의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웨일스의 승리 소식을 알리는 종료 휘슬 소리가 울리자 TV 중계 화면은 곧바로 베일을 비췄다. 베일이 만들어 낸 승리라는 뜻이었다. 이날 베일은 웨일스와 동의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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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지만 승부수를 띄우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신의 감독생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메이저대회. 호지슨 감독은 그간의 성향을 바꿀 파격 변화를 택했다. 부상 우려가 있는 선수들, 젊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유로2016 최종 엔트리에 대거 포함시켰다.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유로 무관의 한을 씻기 위해서는 그런 도박도 필요하다는 긍정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 또 다시 소심함이 발목을 잡았다.
잉글랜드는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유로2016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호지슨 감독의 말처럼 '패배 같은' 무승부였다. 잉글랜드는 후반 28분 에릭 다이어(토트넘)의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경기 종료직전 바실리 베레주츠키(CSKA모스크바)에 헤딩 동점골을 내주며 승리를 얻지 못했다. 경기 시작만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잉글랜드는 패싱 게임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웨인 루니(맨유)-다이어-델레 알리(토트넘)가 중심이 된 미드필드진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진이었다. 해리 케인(토트넘)-라힘 스털링(맨시티)-아담 랄라나(리버풀) 스리톱은 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였다. 스털링은 개인 플레이를 일관했고, 랄라나는 마무리가 아쉬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케인은 단한차례의 유효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그러나 호지슨 감독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벤치에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 마커스 래쉬포드(맨유) 등 득점력이 있는 특급 조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교체카드가 한장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잉글랜드는 또 다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본선 첫 경기에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케인을 코너키커로 택하는 등 호지슨 감독의 용병술은 질타를 받고 있다. 첫 판을 마친 잉글랜드는 '희망' 대신 '불안'만이 자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후 잉글랜드 팬들은 러시아 팬들의 공격까지 받았다. 경기 전부터 시작된 양국의 무력 충돌은 경기 후 러시아 팬들이 잉글랜드 응원석으로 난입하며 최악의 결말을 맺었다. 마르세유 경찰 당국은 최소 3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마르세유에서의 폭력사태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