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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의 한국축구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의 '4강신화' 제물로 기분좋은 기억을 안겨 준 스페인. 14년이 지난 지금 한국축구에 스페인은 또다른 인연으로 다가온다.
현존 한국축구의 중심인 슈틸리케 감독과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토트넘)이 스페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연과 현실 사이에서 스페인을 맞이한다. 그는 스페인 사령탑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66)과 40년 우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묀헨글라트바흐에서 1975~1977년 독일 분데스리가 3연속 정상에 오른 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8시즌을 뛰면서 라 리가 우승(3회)과 UEFA컵 정상을 맛봤다.
이 과정에서 4시즌 연속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우수 외국인 선수에 선정되며 황금기를 보냈다. 이 때 팀 동료로 델 보스케가 있었다. 미드필더 델 보스케는 1978년부터 3시즌 연속 정상에 오를 때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넘나들던 멀티플레이어 슈틸리케와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두 스타가 스페인 최강의 그라운드를 누빈 세월은 무려 8년이나 된다.
델 보스케는 감독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두 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2000, 2002년)을, 스페인대표팀 감독으로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에서 팀을 정상을 이끌었다.
그런 이들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랜 친구인 델 보스케 감독과 축구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다"고 했지만 현실에 대한 야심도 놓치지 않았다.
현실은 필승이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에서 2무3패로 열세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은 스페인과 체코의 단순한 스파링 파트너가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상대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인연과 현실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FIFA 랭킹에서 차이가 있지만 경기력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다. 볼을 장악하고 수비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도 하고 싶다"며 당당히 맞선 슈틸리케 감독. 그동안 아시아 약체를 상대로만 승승장구했다는 시기 어린 시선을 이참에 불식시키고 싶다.
손흥민은 남다른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훈련캠프에서 눈에 띄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손흥민은 "스페인을 이기는 것이 목표다. 경기에서도 승부욕을 가지고 훈련할 때처럼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마쳤다. "공격수로서 세계적인 수비수들을 뚫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상대 수비수들은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정신적으로나, 또 몸상태에 있어서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지난 2012년 5월 30일 스페인과의 평가전(1대4 패) 당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4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싶다. "지는 것을 싫어한다. 경기장에서 승부욕을 많이 발휘하겠다"는 손흥민의 스페인은 무적함대가 아닌 격침 대상이다.
기성용은 4년 전 대패할 때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당시 한국을 괴롭혔던 스페인의 강한 압박이 기성용의 합류로 무뎌진다는 평가도 듣고 싶다. 스페인전 출전을 위해 기초군사훈련까지 연기한 그는 "스페인같은 강팀을 상대하는 것은 좋은 기회다. 내가 팀의 주장을 맡은 것도 이번 경기에 참가한 이유다"라고 다짐했다. 기성용은 잘츠부르크 첫 날 훈련 도중 피로 해소를 위해 훈련을 조기에 마치는 등 특별관리도 받고 있다.
셀틱에서 스코틀랜드리그 우승을 이끌며 주가를 올리던 2012년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스페인 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했던 기성용.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선망의 나라와의 일전을 앞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