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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생 개띠. 그래서 '견우회'다.
전남과 인천이 K리그 클래식의 유이(有二)한 무승팀이던 4월 중순. 6라운드를 앞둔 두 감독은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연이은 첫 승 실패로 친구의 안부를 물어볼 여유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라 더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4월 17일 6라운드 광주전을 앞두고 만난 노 감독은 "며칠 전 김 감독과 개막 이후 처음 통화를 했다. 힘든 상황이니까 서로 힘내자는 얘기만 나눴다. 올해는 개띠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9라운드를 앞둔 지금도 양팀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남은 지난 1일 8라운드 상주전에서 3-1로 앞서 나가다 경기 종료 직전 3대4로 뒤집힌 충격파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분위기다. 같은 날 인천도 울산전에서 득점운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0대1로 지고 말았다. 패기 있게 잘 싸우고도 찰나의 실수와 방심으로 놓친 경기라 더 뼈아팠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 승기를 잡을 반전의 계기가 두 팀 모두에게 절실하다.
그런데 올 시즌 전남과 인천에겐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전남은 수원, 울산, FC서울, 성남FC, 포항까지 K리그의 강팀과 명가를 번갈아 만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쉽게 내준 경기는 거의 없었다. 실점 뒤엔 반드시 따라붙었고, 상주전을 제외하면 실점도 많지 않았다. 인천도 최근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상대로 1대1로 비겨 승점 1점을 챙기는 등 강팀을 맞이했을 때 더 강인한 근성과 투지를 보여주고 있다. 팀 컬러까지 오묘하게 비슷한 두 팀이라 이번 9라운드 대결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우정 같은 사사로운 감정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승자와 패자만 존재할 뿐. 프로선수에서 프로감독으로 함께 성장해 온 두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다. '절친 더비'이자 '절실 더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해 상대전적은 전남이 3승1패로 앞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