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했건만….'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인천과 울산의 경기가 그랬다.
인천은 올 시즌 무승, 울산은 최근 2연패. 모두 절박한 심정에서 만났다.
그래서인지 경기 시작부터 서로 치열하게 맞붙었다. 인천과 울산은 수비색이 짙은 팀이었지만 이날은 반대였다.
이날 경기는 공교롭게도 양 팀 감독이 경기 전 인터뷰에서 기대주로 언급했던 선수에게서 운명이 갈리고 말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접전하는 사이 2분 만에 울산이 포문을 열었다. 주인공은 울산의 2년차 기대주 김승준(22)이다.
울산 외국인 선수 코바가 골라인 앞 깊숙히 파고들다 문전으로 찔러준 패스가 우선 날카로웠고 김승준이 오른발을 제대로 갖다댔다.
양 팀 감독의 기대가 엇갈리는 장면이었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김승준의 이날 활약을 예언하듯 말했다.
"김승준은 대학 시절 포워드 골잡이로서 이름을 날리던 선수다. 울산에 입단하면서 측면으로 전환했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 사실 리우로 보내고 싶은 선수다."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돼 리우올림픽에서 활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시할 만큼 애정이 남달랐다. 윤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엔트리는 18명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김승준처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이날 김승준은 윤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반면 인천은 기대가 우려했던 현실이 됐다. 인천은 이날 주전 윙백 박대한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자 임대복귀생 이중권(24)을 처음 출전시켰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이중권은 준비가 돼 있는 선수다. 대인마크가 좋고 양 발을 사용하는 장점이 있다. 상대에서 위협적인 코바를 잡는 데 집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떠 먹여주다시피한 코바가 왼쪽을 돌파하는 동안 이중권이 제대로 막지 못했다.
두 감독의 기대가 확연하게 엇갈린 게 너무 빨라서 이렇게 끝날 승부가 아닐 줄 알았다. 하지만 인천은 운마저 따라주지 않았다.
인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이현성을 빼는 대신 공격수 진성욱을 투입하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자 원톱 케빈에게 기회가 많아졌다. 이 역시 아쉬울 뿐이었다. 케빈이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에 위력까지 장착하지 못했고 골키퍼 캐치영역으로 번번이 날아들었다. 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강력한 헤딩슛마저 울산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여기에 후반 40분 인천의 뜨는 별 송시우가 날린 회심의 왼발 터닝슛마저 오른쪽 골대를 맞으면서 인천 선수들의 시선은 탄식과 함께 하늘을 향했다.
인천으로서는 파이팅 넘치게 경기 잘 해놓고 한 번의 실수와 지독한 불운에 막혀버린 5월의 첫 날 승부였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