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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공격P' 이동국, 그가 걷는 길이 곧 역사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5-01 17:14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먹잇감을 눈앞에 둔 야수의 눈빛은 평온했다.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반 28분 수원FC의 페널티킥 지점에 볼을 내려놓은 이동국(38·전북 현대)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볼을 응시하던 그는 곧 도움닫기 뒤 천천히 걸어가 오른발슛으로 깨끗하게 골망을 갈랐다. K리그 최초의 250 공격포인트(184골-66도움)라는 새 역사가 창조되는 순간. 하지만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동국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뒤 자기 진영으로 유유히 돌아갈 뿐이었다.

지난 2009년 이동국이 전북 유니폼을 입을 당시 주변에는 우려의 시선이 가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에서 복귀한 그는 2008년 후반기 성남 일화(현 성남FC) 유니폼을 입었지만 14경기에서 2골-2도움에 그쳤다. 시즌 뒤 자유계약(FA) 신분이 됐지만 관심을 가지는 구단은 없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손을 내밀 때 모두가 '한물 간 이동국이 제대로 하겠느냐'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동국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동국은 전북 이적 첫해 32경기서 22골을 몰아치며 팀의 첫 우승과 최우수선수(MVP) 선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후 지난해까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면서 완벽한 '전북맨'이자 '최강희의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전북 이적 전까지 K리그 통산 187경기에 출전해 64골 29도움을 기록한 이동국이 전북에서만 1일 현재 233경기서 120골과 37개의 도움을 작성했다는 점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동국은 "(득점 당시) 골대 뒤에 원정 서포터스가 앉아 있어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아마 홈팬들 앞이었다면 더 멋진 세리머니를 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역사가 깊은 해외 리그에서 250 공격포인트는 다소 하찮은 기록일 수도 있다. 하지만 K리그에서 내가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이런 기록을 썼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기쁨을 숨기진 않았다.

수원FC를 3대1로 제압한 전북은 8경기 연속 무패(4승4무·승점 16)를 기록하면서 선두 FC서울(승점 19)과의 승점차를 3점으로 좁혔다. 최근 수비 불안으로 힘겨운 승부를 펼쳤던 전북은 이날 공수 전면에서 탄탄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선두 탈환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동국은 "개성 강한 선수들이 팀 색깔에 맞춰가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다소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감독님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능력은 분명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의 믿음은 확고하다. "이동국이 기록 뿐만 아니라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점에 더할 나위가 없다. 체력적 부담이나 부상만 없다면 앞으로도 좋은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제자 역시 스승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앞으로 팀을 위해 헌신하다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지금은 장쑤(중국)전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 걷는 길이 곧 역사인 이동국의 마음 속엔 오로지 '승리' 만이 자리잡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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