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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알렉시스 산체스의 날이었다. 산체스의 맹활약에 아스널이 승점 3점을 추가하며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사실 이 골전까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이미 아스널은 우승이 힘든 상태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승에 대하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웨스브브로미치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남은 5경기에서 전승을 한다고 하더라도 승점이 75에 불과하다. 현재 1위는 레스터시티. 4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승점은 벌서 73이다. 레스터시티가 1승만 거둬도 아스널의 우승꿈은 물거품이 된다. 우승보다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직행권이 걸려있는 3위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팬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렸다. 대신 경기장 앞에서 동양인 관광객들에게 표를 파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은 그 어느때보다도 'Do you need a ticket?(티켓이 필요하니?)'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그럼에도 경기장 곳곳이 빈자리였다. 그나마 보였던 벵거 감독에 대한 응원 문구도 사라졌다. 오히려 '우리는 화이트하트레인 시절 리그에서 우승을 했을 뿐이다(We won the league at the white hart lane)'이라는 비판적 걸개가 걸렸다. 본부석 맞은편 좌석에 찍힌 대포문양까지 드러날 정도였다. 3층에는 빈자리가 더 많았다. 팬들의 실망감은 그대로 직관(직접 관전의 은어) 거부로 드러난 것이었다.
이후에는 줄곧 아스널의 페이스였다. 전반 31분 올리비에 지루와 헥토르 베옐린이 2대1패스를 통해 슈팅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2분 후에는 아론 램지와 베옐린의 콤비 플레이 후 메수트 외질의 감각적인 슈팅이 나왔다. 웨스트브로미치의 벤 포스터 골키퍼가 잡다가 놓친 볼을 수비수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걷어냈다.
아스널은 전반 38분 쐐기골을 박았다. 역시 산체스였다. 아크서클 안에서 얻어낸 프리킥이었다. 수비벽 사이 아스널의 동료가 있던 공간 사이로 절묘하게 감아차며 골을 만들었다.
후반 들어서도 아스널의 강세는 이어졌다. 2분 알렉스 이워비의 패스를 받은 지루가 왼발 슈팅을 날렸다. 외질이 날카로운 패스로 아스널 공격에 힘을 더했다.
웨스트브로미치는 크레이그 가드너 등을 투입하는 등 열세를 만회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선수들 모두 동기 요인이 없었다. 웨스트브로미치는 강등에서도 탈출했다. 그렇다고 유럽대항전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그래도 만회골의 찬스가 있기는 했다. 후반 27분 코너킥이었다. 볼은 헤딩 경합하는 무리들을 비켜났다. 골문 바로 앞에 있던 살로몬 론돈에게 왔다. 텅빈 골문이었다. 그러나 론돈의 슈팅은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흡사 수비수의 클리어링 같았다.
아스널 선수들은 추가골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특히 산체스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한 골만 더 넣으면 해트트릭이었다. 동료들도 찬스가 생기면 산체스에게 볼을 밀어줬다. 하지만 웨스트브로미치의 집중 수비에 막히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산체스는 후반 40분 관중들의 기립박수 속에 교체아웃됐다.
2대0으로 승리한 아스널은 승점 63을 기록하며 맨시티(승점 61)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제 아스널은 선덜랜드(24일 원정)-노리치시티(30일 홈)-맨시티(5월 8일 원정)-애스턴빌라(5월 15일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맨시티와의 원정경기가 3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