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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더 이상 그는 없다. 신진호가 자리를 비운 첫 일전이 20일 안방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5차전이었다. 서울은 2대1로 승리하며 남은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일찌감치 F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K리그 최초로 4년 연속 16강 진출도 성공했다.
그러나 최용수 서울 감독은 웃지 못했다. 16강 진출의 환희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했다. 최 감독은 부리람전을 앞두고 신진호의 공백에 대해 "티는 나겠지만 최소화 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우선 순위로 들어갈 선수들이 있다. 지난 과거는 빨리 잊어야 한다. 새로운 선수들에게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석현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팀 플레이에 완벽하게 융화되지 못했다. 스타일의 차이로 볼 수 있지만 볼터치에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실수도 잦았다. 결론적으로 신진호를 대체할 카드로는 2% 부족했다. 최 감독은 "기존의 중앙 미드필가 없는 상황에서 둔탁한 면이 있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잘해줬다. 매번 환상적인 경기를 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표정에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결국 감독은 기회를 주고, 그라운드에서 열쇠를 풀 주인공은 선수다. 신진호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이석현의 몫이다. 만약 카드가 맞지 않을 경우 최 감독은 제2, 제3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ACL 조별리그의 굴레에서 탈출한 서울은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지는 16강전까지 K리그에 집중해야 한다. 서울은 24일 오후 2시 원정에서 울산과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를 치른다. 최 감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상승 기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진호의 빈 공간을 먼저 채워야 한다.
긴 호흡의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느 팀이든 위기가 온다. 강팀은 위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고, 약팀은 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신진호가 떠난 서울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