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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단독 인터뷰]②황선홍이 말하는 세계 최강 독일의 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4-20 18:20


◇황선홍 전 포항 감독이 18일(한국시각) 이탈리아 트리고리아의 AS로마 클럽하우스에서 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트리고리아(이탈리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세계가 눈을 의심했다.

지난 2014년 7월 8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안방 카니발'을 내심 기대했던 브라질 국민들의 미소가 사라지는데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독일은 전반에만 5골을 넣으며 브라질 국민들을 울렸다. 7대1이라는 믿기지 않는 점수차로 브라질을 꺾은 독일은 아르헨티나마저 넘고 세계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녹슨 전차'라는 오명에 울었던 독일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현장에서 독일 축구를 지켜 본 황선홍 전 포항 감독의 생각을 물었다.

투박함 버린 전차의 합리적 선택

황 감독이 독일 연수 기간 중 선택한 팀은 헤르타 베를린과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다. 두 팀은 19일(한국시각) 현재 리그 4, 5위다. '중심'이 아니다. '만년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과 '게겐프레싱'으로 환골탈태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2강을 형성 중이다. 이들 외에도 레버쿠젠과 샬케04, 볼프스부르크가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팀으로 꼽힌다.

중심이 아닌 두 팀을 찾은 이유는 독일 축구의 현주소를 찾기 위함이었다. 지난 2014~2015시즌 강등권 바로 앞인 15위로 시즌을 마쳤던 베를린은 올 시즌 놀라운 약진 속에 유럽클럽대항전을 정조준 중이다. 묀헨글라드바흐 역시 최근 들어 상위권에 올라선 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각각의 역할에 집중하며 상대 진영으로 파고드는 철저한 빌드업과 상대의 허점을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빠르고 정교한 공격에 있다.

황 감독은 "흔히 독일 축구를 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수비에서 출발하는 빌드업은 군더더기가 없더라"며 "순간적으로 상대의 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빠른 공격 전개나 '게겐프레싱' 같은 철저한 전방 압박은 두 팀 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의 트렌드가 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팀들이 상대팀과의 차별성에 중점을 두는 게 사실인데 분데스리가는 오히려 도르트문트가 시작한 '게겐프레싱'을 대부분의 팀들이 활용하고 있다"며 "비슷한 스타일을 구사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차용'이 아닌 '활용'이 있기 때문이다. 승리라는 대전제를 생각한다면 이들의 선택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답은 유스다

독일의 힘은 단순한 팀 전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황 감독의 생각이다. "내 현역 시절의 독일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독일 축구는 위르겐 클린스만으로 대표되는 스타군단이었다. 하지만 안주는 결국 몰락을 불렀고 독일은 2000년대 초반까지 그저 그런 팀이 되어 버렸다. 독일 축구의 선택은 '풀뿌리부터의 개혁'이었다.


황 감독은 "베를린이나 묀헨글라드바흐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독일축구협회(DFB)가 주관하는 유스시스템 평가제"라고 밝혔다. DFB의 유스시스템 평가제는 클럽의 유스팀 운영과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5점이 최고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투자를 계속해 온 바이에른 뮌헨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도르트문트도 순위권으로 꼽힌다. 베를린과 묀헨글라드바흐가 뒤를 따르는 팀들이다. 황 감독은 "훈련 시설이나 선수 수급 뿐만 아니라 포지션 별 코칭스태프가 어린 선수들을 철저히 분담해 가르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사실 베를린이나 묀헨글라드바흐 모두 유스에서 프로까지 성장해 올라서는 선수들의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들이 꾸준히 어린 선수를 육성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유지한다는 점은 결국 클럽팀의 발전 뿐만 아니라 독일 축구가 강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유스가 나아가야 할 길은?

황 감독은 한 달 넘게 이어진 독일 연수 기간 중 프로팀 뿐만 아니라 유소년팀 경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13세 이하, 19세 이하 클럽 유스팀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데 공을 들였다. 프로팀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유스팀 경기에 관심을 갖는 모습은 단순한 '흥미'라고 보긴 어렵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느냐를 보면 결국 프로 무대에서 어떤 차이점을 갖게 되는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유스팀들은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각각의 재능을 키워주는데 집중하더라. 독일 내 뿐만 아니라 유럽 상위권 클럽 유스팀 간의 경기도 굉장히 많다"며 "우리는 단순한 클럽 유스나 유스 대회, 순회 교육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보다 구체적인 발전방향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지속적으로 자국 리그에 발을 내딛어야 미래가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도 유스 시스템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트리고리아(이탈리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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