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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고,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그러나 2~3중으로 자물쇠를 채운 상대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안방에서 서울에 1대4로 대패한 산둥은 작심하고 수비 축구를 했다. 특히 두 골을 허용한 아드리아노를 집중 마크했다. 마노 메네제스 산둥 감독은 "아드리아노에게 볼이 안 가도록 팀 전체적으로 수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은 쉴새없이 골문을 노크했다. 전반 15분 오스마르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며 땅을 쳤다. 전반 29분에는 아드리아노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다카하기의 크로스가 오른발에 걸렸다. 그의 앞에는 상대 골키퍼 뿐이었다. 하지만 아드리아노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에게 걸렸다.
최 감독은 후반 34분 신진호를 빼고 박주영을 투입했다.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아데박' 트리오가 동시에 가동됐다. 틈새를 활용, 후반 36분 주세종이 결정적인 기회를 다시 잡았지만 그의 슈팅은 골망이 아닌 허공을 갈랐다. 최 감독은 후반 41분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데얀 대신 윤주태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윤주태는 두 차례 회심의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산둥의 골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적장인 메네제스 감독은 무승부로 막을 내리자 승리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는 "생각했던 경기가 나왔다. 원정경기다 보니 서울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그런 점을 대비한 대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지난 경기에서 홈에서 큰 차이로 졌지만 오늘은 그 차이를 줄였다. 중요한 1점을 얻었고,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만족했다.
반면 최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는 "나도, 선수들도 모두 조 1위 확정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마지막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상대의 밀집 수비 상황에서 한 번의 찬스가 소중하단 걸 일깨워준 경기였다. 운이 안 따라줬지만 선수들은 내가 원했던 공격적인 콘셉트로 잘 해줬다. 조 1위를 확정짓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은 시드니 원정에서 무너지며 16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포항은 이날 호주 시드니 풋볼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드니FC와의 조별리그 H조 4차전에서 후반 5분 닌코비치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시드니에만 2연패를 당한 포항은 승점 4점(1승1무2패)에 머물며 3위로 추락했다. 주말 K리그 클래식에 대비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포항은 신예들로 호주 원정에 나섰다. 전반 신예들이 과감한 압박과 측면 돌파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후반 결정력과 뒷심 부족을 노출하며 아쉽게 눈물을 흘렸다.
상암=김성원,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