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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은 한껏 부풀어올랐다.
가장 먼저 이날 베스트 11에 누가 포함될 것인지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누가 선발 출전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원톱에 '라이언킹' 이동국을 먼저 내세웠다. 김신욱은 교체명단에 포함시켰다. 좌우 윙어에 고무열과 로페즈를 배치시킨 최 감독은 이재성과 김보경을 2선 중앙에 뒀다. 그리고 호주 국가대표 출신 에릭 파탈루를 '원 볼란치(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이는 최 감독이 다시 부활시키고 싶은 '닥치고 공격(닥공)'을 올 시즌 첫 경기부터 드러내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포백 수비라인은 박원재-임종은-김형일-김창수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캡틴' 권순태가 꼈다.
뚜껑이 열렸다. 경기 초반 우려했던 점이 드러났다. 바로 미흡한 조직력이었다. 탄탄함을 발산하지 못했다. 빌드업 시 패스 미스가 많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최 감독이 원하는 전술이 펼쳐지지 않았다. 극도로 꺼려하던 '롱볼 축구'가 계속됐다. 중원에 두 명의 테크니션인 김보경과 이재성이 있었지만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조직력만큼 불안했던 건 수비라인이었다. 부동의 중앙 수비수 김기희가 빠진 중앙 수비력은 다소 불안함을 노출했다. 빌드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후반 43분 도쿄의 아베 다쿠마에게 실점한 장면도 중앙 수비진의 실수가 컸다. 그나마 공을 빼앗긴 뒤 다시 빠르게 압박해 공을 사수하는 플레이로 위기를 모면해나갔다.
하지만 최 감독을 활짝 웃게 한 건 기대를 모은 이동국-김신욱 투톱 효과였다. 김신욱이 후반 17분 우측 윙어 로페즈와 교체되면서 투톱이 형성됐다. 만점이었다. 시즌 전 예상했던대로 시나리오가 쓰였다. 수비 분산 효과였다. 상대 수비수들은 김신욱의 높이를 막기 위해 2~3명이 달라붙었다. 그러자 이동국과 2선 공격수들에게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21분에는 골문 정면에서 이동국의 패스를 김신욱이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 슛을 날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 32분에도 만점 효과가 나타났다. 이재성의 프리킥을 김신욱이 헤딩 슛으로 연결,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이동국이 발을 뻗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던 전북은 결국 후반 37분 이동국의 결승골로 2대1 승리를 맛봤다.
후반 경기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100점을 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전북은 일주일간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다음달 1일 중국 장쑤 쑤닝과 ACL E조 원정 2차전을 치른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중앙 수비에서 볼이 전방으로 매끄럽게 나가면 전방에서 능력있는 선수들이 경기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훈련은 했지만 위축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이제 관건은 로테이션을 돌려야 하는 2선 자원이다. 고무열이 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인 경기 운영을 더 발휘해줘야 한다. 2선 자원들의 경기운영 향상과 조합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신욱이와 공격하면 공격력이 배가 된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수비적인 부분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전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전적(23일)
E조
전북 현대(1승) 2-0 FC도쿄(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