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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원더비에서 염기훈(33·수원)을 막을 히든카드를 준비했지."
권혁진에게 염기훈은 '형님' 이상이다. 힘들때 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이자 언제나 응원해주는 가족이다. 수원FC로 이적이 결정됐을때 누구보다 기뻐해 준 것도 염기훈이었다. 사실 권혁진은 전역 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많은 기대 속에 인천에 복귀했지만 단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권혁진은 2015년 여름 내셔널리그 목포시청으로 임대를 결심했다. 아내도 함께 목포행을 결정했다. '새신랑' 권혁진은 내셔널리그에서 7골-1도움을 올리며 목포시청을 창단 후 첫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이때 염기훈의 도움이 컸다. 권혁진은 "형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플레이에 대한 조언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도 사주시면서 사기를 불어 넣어주셨다"고 했다.
다시금 밟게된 클래식 무대. 공교롭게도 권혁진의 새 둥지는 '형님' 염기훈이 주장으로 있는 수원 삼성의 더비 라이벌 수원FC였다. 권혁진은 "승격 후 바로 제안을 받았다. 수원FC는 경찰축구단에서 뛰면서 상대하기 힘들었던 팀이었다. 나는 저돌적인 스타일이었다. 공격축구를 강조하는 수원FC와 잘 맞는다.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며 웃었다. 권혁진이 수원FC에 둥지를 틀며 이제 가족들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럽게 수원더비가 됐다. 김정민씨와 김혜민씨는 "우리 남편이 이길 것"이라고 으르렁 댄다. 이를 중재하는 주인공은 국가대표까지 지낸 권혁진과 염기훈의 '장인' 김성기 강경상고 감독(55)이다. 권혁진은 "아버님이 서로 부상없이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신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