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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페널티킥, 정말 무례했을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2-15 18:26


ⓒAFPBBNews = News1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셀타비고의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4라운드.

바르셀로나가 3-1로 앞선 후반 36분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메시가 직접 페널티키커로 나섰다. 메시는 골대를 향해 슈팅하는 대신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수아레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메시의 슈팅을 예상하고 몸을 날린 골키퍼는 수아레스의 슈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수아레스는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바르셀로나는 2골을 더 추가해 6대1 대승을 거뒀다.

이 만화 같은 페널티킥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독일 DPA통신은 '셀타 비고 선수들이 메시의 플레이에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가 경기 후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메시의 플레이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것'이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비롯해 네이마르 등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누구도 불쾌할 필요가 없다. 승리 뿐 아니라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플레이"라고 두둔했다.

일단 국제축구연맹의 페널티킥 규정을 살펴보자. '규칙 14 페널티킥'에 따르면 페널티킥을 실시하는 선수는 볼을 앞으로 킥해야 한다 키커는 다른 선수나 사물이 터치되기 전까지 볼을 다시 플레이하지 않아야 한다 볼은 킥이 되어 앞으로 이동하면 인플레이(in-play)다. 키커가 직접 슈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때문에 메시가 공을 굴린 뒤 수아레스가 달려들어 슈팅한 것은 규정 위반은 아니다. 오히려 셀타비고 수비수들의 집중력 부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키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페널티박스 밖에 있어야 한다. 수아레스는 규정대로 메시가 킥을 하기 전 페널티박스 밖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놓친 셀타비고 선수들의 잘못이 더 크다. 에두아르도 베리조 셀타비고 감독은 "그 페널티킥 때문이 아니라 6골이나 먹은 게 화난 것"이라면서 "골이 들어간 방식은 별 문제 없다. 그 페널티킥은 우리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패스' 페널티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7년 벨기에와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예선전 당시 릭 코펜스와 안드레 피터스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축구계의 창조자' 요한 크루이프가 만들어냈다. 1982년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아약스와 헬몬트 스포르트의 경기 중 아약스의 크루이프가 페널티킥 상황에서 슈팅 대신 제스퍼 올센에게 패스했고 올센이 그 공을 다시 받아 골을 넣은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전북과 포항의 경기에서 전북의 레오나르도-카이오가 패스 페널티킥을 합작한 바 있다. 레오나르도의 도움왕 등극을 위한 선택이었다. 재밌는 것은 느린 장면으로 본 결과 이 골은 오심이었다. 득점에 성공한 카이오가 레오나르도의 페널티킥 패스 이전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상황이었다.

사실 보기에는 좋아보이지만 이 패스 페널티킥은 성공 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패스하는 사람과 슈팅하는 사람의 호흡이 맞아야 하고,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해야 성공할 수 있다.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맨시티전에서 아스널의 로베르 피레가 티에리 앙리에게 패스를 내줬지만 둘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웃음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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