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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보르샤비치.'
팀 위해서라면 심장도 내놓을 선수
유고비치는 새시즌 전남의 변화를 이끌 선수다. 3일 태국 방콕 SC파크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테보르샤'(스테보+오르샤)와의 호흡에 만족을 표했다. "좋은 조합이다. 우리는 같은 동유럽 출신, 같은 민족, 같은 언어, 같은 정신을 지녔다.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유럽 스타일을 안다. 우리는 전남이라는 팀을 위해 함께 일한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
유고비치는 헌신적인 팀플레이어다. 크로아티아리그 리에카는 그를 '심장을 내놓고 뛰는 선수'라 불렀다. 유로파리그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페예노르트, 세비야, 레알베티스 등과 맞붙었다. 많이 뛰고 강하게 부딪쳤다. 유고비치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을 위해 싸워야 했다. 지금은 내 자신, 내 팀, 내 미래, 내 팬들을 위해 싸운다"고 했다.
'스테보르샤'와 함께하는 광양 생활은 만족스럽다. "작은 도시, 친절하고 평화로운 생활,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다. 내가 나고 자란 소도시 오시에크와 아주 비슷하다." '한국형'스테보, 오르샤와 동행하며 한국음식, 한국문화에도 폭풍적응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떡볶이'다. "한국에 처음 오던 날, 샤브샤브 식당 샐러드바에 있는 떡볶이 맛에 반했다"고 했다. "된장찌개도 진짜 좋아한다. 매일 먹을 수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동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친한 선수를 묻자 "(최)효진, (현)영민, (김)민식, (이)지민"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효진, 영민은 대단한 선수들이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돌아온 이슬찬 이야기엔 미소가 번졌다. "슬찬은 잘 웃는다. 귀엽다. 집에 데려가고 싶다."
전남의 8번 "동기부여가 된다"
노상래 감독은 새시즌 떠난 이종호(전북)의 8번을 유고비치에게 줬다. 유고비치는 "전남 8번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했다. 전남에서 8년을 뛰며 데뷔 첫해 신인상와 득점상을 휩쓸었던 'K리그 레전드' 노상래 감독의 번호다. 유고비치는 "부담은 없다. 좋은 일이다. 동기부여가 된다"며 웃었다. "나와 함께 팀이 좋아지는 것,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최선을 다하는 것, 매경기 100%를 쏟아내겠다. 그래야 경기 끝나고 마음이 평화롭다"고 했다.
유고비치는 노 감독이 원하는 멀티플레어다. 중앙미드필더, 좌우 윙어, 섀도스트라이커 등 공격의 전 포지션을 소화한다. 노 감독은 유고비치의 위치를 바꿔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오르샤, 스테보에게 찬스를 밀어주는 모습이 많았다. "직접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지적에 "나는 도움을 하는 선수다. 늘 도움보다 골이 적다. 동료에게 찬스를 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고 답했다. "올시즌 오르샤가 10골 넣기로, 그 10골을 내가 어시스트하기로 약속했다"며 활짝 웃었다.
전남을 지킬 '동유럽 삼총사'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스테보는 정통 스트라이커 스타일이고 파워풀하다. 오르샤는 발빠른 드리블러다. 나는 테크닉과 함께 패스를 찔러준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조합, 좋은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고비치는 자타공인 축구게임 '위닝일레븐' 능력자다. 스테보와 오르샤와의 대결에서 백전백승한다. 축구게임에서도 각자 스타일은 그대로다. "나는 패스로 공을 돌린다. 늘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오르샤는 스피드다. 치고 달린다. 스테보는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올리고 받는 걸 좋아한다."
노 감독의 지시를 빼놓지 않고 전달하는 건 당연히 '맏형' 스테보의 몫이다. "스테보가 다 통역해준다. 스테보가 거짓말로 통역하면 오르샤와 나는 속는 것"이라며 하하 웃었다. 스테보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스테보는 K리그에 오래 있었다. 유럽사람이 아니라 한국사람같다. 좋은 충고를 많이 해준다. 우리의 목표 역시 스테보처럼 되는 것이다. 강한 정신으로 팀을 위해 싸우고, 팬들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선수다. 함께 길을 가면 인사를 건네거나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이 정말 많다."
축구선수로서 유고비치의 꿈 역시 그 지점에 있었다. "축구선수라면 어릴 때 누구나 레알마드리드를 꿈꾸지만, 자라면서 세상을 알게 된다. 아시아 최고 리그인 K리그에서 기회를 갖게돼 감사하다. 오래 뛰면서 족적을 남기고 싶다. 한국과 아시아에서 '굿플레이어' '굿맨'으로 기억되는 것이 축구선수로서의 내 목표이자 꿈이다."
방콕=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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