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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을 조용하게 눌러주고 싶네요."
최진철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90학번 동기다. 그러나 프로 팀 사령탑으로선 최용수 감독이 선배다. 최용수 감독은 2011년 4월 감독대행을 거쳐 그 해 12월 정식 감독이 됐다. 그리고 서울이란 빅클럽을 4년째 이끌고 있다. 반면 최진철 감독은 올해 첫 프로 팀 지휘봉을 잡았다. 최진철 감독은 "선수 시절 나는 전북의 원클럽맨이었다. 지도자도 (포항에서) 원클럽맨이 되고 싶다"며 "최대한 빠르게 모든 팀을 이겨보고 싶다. 팬들이 원하는 동해안 더비, 내가 원하는 전북전, 특히 FC서울에 치명타를 주고 싶다"며 웃었다.
포항은 K리그 명문 구단이다. K리그 5회 우승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3회, FA컵 4회 우승을 맛봤다. ACL과 FA컵 우승 횟수는 국내 최다다. 최진철 감독은 부담감에 휩싸여 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이 부담감을 즐기고 있다. "포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황선홍 감독님께서 그 동안 일구셨던 것도 유지해야 한다. 또 나는 프로 감독이 처음이다. 어떤 감독들보다 부담이 크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왔다." 이어 "초보 감독이지만 어느 정도 잘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내년 ACL 출전권을 따내야 하지 않을까. 부담감은 있는 반면 내 자신에게 채찍질도 해야 한다.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진철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과 동시에 34명의 선수들을 소집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해온 선수들은 최 감독과 첫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기초군사훈련에 참가한 미드필더 손준호를 비롯해 울산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동현과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된 문창진 강상우가 불참했다. 최진철 감독이 선수들과 첫 만남에서 걱정했던 것은 의외의 요소였다. 바로 험악한(?) 인상이었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선수들이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였다. 내 인상이 강하다. 험악하다보니 선수들이 나를 보고 겁을 먹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했다. 그래도 보여지는 부분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부드럽다." 또 한 번의 미소가 흘렀다.
첫 임무는 선수 파악이다. 모든 선수들과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 '소통'을 강조할 최진철 감독은 "내가 해왔던, 배워왔던 것을 100% 활용할 생각이다. 나도 선수들을 제로베이스에서 볼 것이다. 선수들도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훈련장에선 엄한 감독을 보게 될 것이다. 생활 면에선 나도 선수를 오래 해봤기 때문에 편안함을 줄 것이다. 그러나 자유 속에서 선택과 책임을 강조할 것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분명 선수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철 감독이 표현해낼 축구 색깔은 명확했다. 기존 황선홍 감독이 만든 패스 축구에 스피드를 가미할 예정이다. 최 감독은 "볼 소유를 통한 빌드업,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패스를 통한 빠른 축구를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선수단은 100% 구성되지 않았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빠져나간 전력만큼 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공격의 핵' 김승대 고무열 신진호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대신 영입은 인천의 미드필더 조수철 뿐이다. 최 감독은 "신진호가 떠나면서 섀도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수비 자원도 보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최 감독은 자신감에 넘친다. 전력 공백을 포항 유스 출신 선수들로 메울 전략을 짜고 있다. 최 감독은 "그 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유스 출신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선수들을 기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진철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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