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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 석자는 잊혀지는 듯 했다. 그 순간 인생골이 터졌다.
골에는 사연이 넘쳤고 눈물도 있었다. 그는 올초 2부인 볼턴에서 크리스탈팰리스로 이적하며 EPL에 복귀했다. 3년 만의 빛이었다. 하지만 호주아시안컵에서 오른정강이와 발목 사이 실금이 가며 4월말에야 복귀전을 치렀다. 시즌 막판이라 '이적 첫 골'도 없었다.
새 시즌의 막이 올랐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숙명이었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리그컵에선 1골-1도움을 기록했지만 EPL에선 설 자리를 잃었다. 선발 출전은 없었다. 교체출전도 힘겨웠다. EPL 17라운드 가운데 교체출전은 단 5경기에 불과했다.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그는 "EPL에 온 이후 내 생애 최고의 골이었다. 무언가 해야 했지만 남은 시간이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골을 원했다. 약간 운도 따랐지만 행복한 결과가 나왔다"며 "뛸 기회를 찾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앨런 파듀 크리스탈팰리스 감독도 엄지를 세웠다. "이청용의 경이로운 골이 터졌다. 대단히 기술적인 골이었다. 바람을 뚫는 힘이 있으면서도 정교하고 날카로웠다. 이청용이 모든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
이제 관심은 이청용의 입지다. 물론 한 골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다만 눈높이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파듀 감독은 최근 겨울이적시장에서 잉여자원을 정리할 뜻을 밝혔다. 선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청용이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됐다.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파듀 감독은 이날 "이청용은 내가 직접 영입한 선수였다. 훌륭한 선수지만 볼라시에와 윌프리드 자하가 양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많은 기회가 가지 못했다"며 "이청용은 우리 모두를 깨웠다. 그는 원래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다. 이청용은 오늘 라커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가 골을 넣어 우리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살인적인 일정의 '박싱 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탈팰리스는 AFC본머스전에 이어 29일 기성용의 스완지시티와 격돌한다. 1월 3일에는 첼시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청용의 '폭풍 변신'에 파듀 감독도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EPL 첫 선발 출전도 예상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청용에게 던져진 '마지막 숙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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