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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총알탄 사나이들'의 전성시대다.
아우바메양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으로 골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난 시즌 다소 부진했던 도르트문트는 아우바메양의 득점력을 앞세워 바이에른 뮌헨과 양강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아우바메양의 장점 역시 스피드다. 순간 스피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우바메양의 30m 달리기 기록(3.7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세계신기록(9초58)을 세울 당시 30m기록보다 0.1초 빠르다. 아우바메양 역시 이같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올 시즌 엄청난 득점행진으로 찬사를 받았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14골)를 제치고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17골)을 달리고 있다.
이 밖에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 선두 곤살로 이과인(나폴리·14골)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과인은 레알 마드리드 시절보다는 다소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여전히 '치달(치고 달리기)'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이끌고 있는 양 날개 더글라스 코스타와 킹슬리 코망도 불같은 스피드로 상대의 측면을 파괴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서막은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 칠레, 콜롬비아는 뒷 공간을 활용한 역습 전략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들의 경기 장면을 복귀하면 압박으로 볼을 뺏어낸 뒤 지체없이 수비 뒷공간을 향해 볼을 넘겼다. 뻥축구로 불리며 잊혀지던 롱패스가 새로운 무기로 각광을 받았다. 선수가 아닌 공간으로 패스가 향하다보니 공격수와 수비수가 경주하는 장면이 자주 벌어졌다. 개인기 만큼이나 스피드가 특출난 선수들이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 콜롬비아의 후안 콰드라도, 칠레의 알렉시스 산체스 등이 브라질월드컵 최고의 별로 꼽혔다.
올 시즌 EPL 돌풍의 주역 레스터시티도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 칠레, 콜롬비아 등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선보인 축구와 비슷하다. 강한 압박으로 볼을 뺏으면 곧바로 전방을 향해 때려넣는다. 레스터시티는 롱패스 비율이 EPL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전략이 먹히는 것은 레스터시티 선수들의 가공할 속도 때문이다. 바디를 EPL 최고 스피드스타로 선정했던 EA스포츠의 조사에 따르면 EPL에서 가장 빠른 선수 10인 중 레스터시티 선수들이 무려 5명이나 포함됐다. 그 중 가장 '빠른' 바디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레스터시티 공격에 상대가 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에이스' 프랑크 리베리의 부상 공백에도 공격력이 더 업그레이드 된 것은 짧은 패스 뿐만 아니라 코스타-코망의 스피드를 활용한 롱패스 비율을 늘리며 공격루트 다양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축구의 패러다임은 '점유'에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총알탄 사나이들'의 활약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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