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수원FC 감독(51)은 현역시절 아홉번 수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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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기적의 승격이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수원FC의 승격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조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시즌 시작할때 5~6위 정도로 예상했다. 상주, 대구의 전력이 좋았고, 서울 이랜드까지 가세했다. 솔직히 2014년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초반 조 감독의 우려는 현실화되는 듯 했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조 감독은 두번의 승부수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첫째로 젊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산과의 4라운드가 터닝포인트였다. 기존의 베스트11에서 무려 8명을 바꿨다. 이중 신인만 5명이었다. 조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기량을 과시했다. 기존 선수들과 경쟁구도가 완성되며 팀이 한층 탄탄해졌다. 조 감독은 "솔직히 모험이었다. 하지만 성공이 이어지자 스스로도 변화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게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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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는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공격축구의 진수를 보였다. 수원FC는 시간만 보내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스코어 속에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넘어 '막공(막무가내 공격)'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사실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조명을 받았지만 수원FC는 계속해서 공격축구를 펼쳤다. 리그 최다득점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2013년 3위(55골), 2014년 4위(52골), 2015년 3위(69골)에 올랐다. 이렇다할 스타플레이어 없이 얻은 성과다. 더 인상적인 것은 경기를 대하는 태도다. 절대 물러섬이 없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꾸준히 공격에 나선다.
조 감독은 "아주대 시절부터 그랬다. 그때도 공격적으로 하면서 실패도 많이 했다"고 했다. 재밌는 것은 조 감독이 수비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수비수 출신 감독들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경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조 감독은 다르다. 그는 "현역 시절에도 기회가 되면 공격에 올라가는 편이었다. 아무리 막겠다고 해도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게 축구다. 안먹겠다고 뒤로 물러서는 것보다 우리가 앞으로 나가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보는 입장에서도 이런 축구가 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1-0 보다 2-0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흔한 비디오미팅도 하지 않는다. 해도 짧게 보는 수준이다. 조 감독은 "비디오미팅이란 게 아무래도 단점을 얘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주눅이 든다"고 했다. 평소에도 강압적인 지시 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다. 이유가 있다. 조 감독은 "아주대 코치를 했을때 악착같이 지도했다. 솔직히 선수들을 못살게 굴었다. 이후 김희태 축구교실에서 유소년을 지도했는데 애들이 내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했다.
조 감독에게 조금은 이른 클래식 구상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은 단호했다. "선수들이 이제 조덕제의 스타일을 정확히 알게 됐다. 다음 시즌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있겠지만, 클래식에서도 무조건 공격축구를 할 것이다. 수원 삼성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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