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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구덕운동장, 승패를 떠난 뜨거운 현장이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1-22 16:49


22일 부산과 전남의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가 열린 부산 구덕운동장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보다 많은 관중이 모여 추억의 시절을 공유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아쉬운 무승부. 하지만 구덕의 파워는 강했다.'

부산 아이파크가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로 치른 '컴백 구덕운동장 매치'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부산은 22일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전남과의 홈경기를 구덕운동장에서 치렀다.

지난 2011년 K리그 경기를 한 차례 치른 이후 4년 만의 컴백이었다. 이날 경기는 그 때처럼 일과성이 아니었다. 향후 구덕운동장 시대를 다시 열어젖히는 시험대였다.

앞으로 부산 구단은 이날 경기를 시발점으로 내년 시즌에도 구덕운동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가 K리그 황금기를 보냈던 추억의 장소가 구덕운동장이다.

그동안 프로축구 부산은 2002년부터 터를 잡은 사직동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옆동네 사직구장(프로야구)에 치이고, 관중 불러모으기도 힘들어 설움 아닌 설움을 겪어왔다. 올드팬의 추억을 자극해 침체된 부산축구 열기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켜 보자고 선택한 곳이 구덕운동장이다.

이날 경기는 아쉽게 무승부로 끝났다. 부산은 팀의 주축 멤버 이정협과 유지노가 전반에 병원으로 실려나가는 악재 속에서 1대1로 비겼다. 작년부터 시작된 전남전 무승 징크스가 8경기 연속(3무5패)으로 늘어났고, 지난 7월 대전과의 23라운드(2대1 승) 이후 1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부상자 속출에 갈망하던 승리도 챙기지 못하고…, 잃은 게 많은 것같은 부산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구덕운동장의 파워는 똑똑히 목격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중요도로 보자면 빅게임은 아니었다. 전날 대전이 인천에 패하면서 부산의 올 시즌 11위가 확정된 터라 클래식 리그 종료 이후 치러질 승강 플레이오프에 이목이 쏠렸다.

다만 구덕운동장에서 K리그 경기를 다시 치른다는 것이 관심사였다. 그런데도 이날 구덕운동장에는 6079명이 모였다. 올 시즌 평균 관중 3100여명에 비하면 배 가까이 늘었으니 구단 입장에서는 '구름관중'이나 다름없다.

부산 축구팬들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구덕운동장의 향수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구단은 구덕운동장에서 대우 로얄즈가 최고의 해를 보냈던 1997년을 추억하며 입장권도 18년 전 가격으로 대폭 낮췄다.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의 그 시절 입장료는 구덕운동장을 다시 찾아 준 부산시민을 위한 작은 답례였다.

썰렁하기 일쑤였던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어게인 구덕운동장'의 새출발은 뜨겁게 시작됐다. 특히 이날 부산 서포터스는 선수단의 나약해진 근성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전반까지 단체 응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그들은 응원 도구를 다시 꺼내들었고, 부산 선수들은 경기 종료 직전 크로스바를 맞히는 등 끝까지 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구덕운동장은 서포터스와 선수단의 멀어진 거리를 다시 좁히는 화합의 새출발지이기도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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