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승을 거뒀고 17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정말 좋은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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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난 별은 역시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손흥민(23·토트넘)이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기성용과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 없는 한국 축구의 두 축이었다. 기록이 입증한다. 기성용은 45명의 태극전사 중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했다. 무려 1287분을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성용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9월 라오스전에서 생애 첫 A매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총 9골을 터뜨렸다. 도움도 3개나 기록했다.
17경기 무실점을 이끈 수비진의 주역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골키퍼 김승규(25·울산), 센터백 콤비 김영권(25·광저우 헝다)-곽태휘(34·알 힐랄), 만능 수비수 장현수(24·광저우 부리)는 A학점을 줄 만하다. 정성룡(30·수원)을 넘어 확실한 넘버1으로 떠오른 김승규는 11경기에 나서 9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영권은 1244분으로 기성용에 이어 최다 출전시간 2위를 기록했다.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진화한 김영권은 동아시안컵에서는 주장으로 나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노장' 곽태휘도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장현수는 17경기에 출전하며 45명의 태극전사 중에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멀티맨으로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오른쪽 윙백을 오가며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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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슈틸리케호를 설명하며 이정협(24·부산)을 제외하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은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심지어 K리그에서도 무명이던 이정협을 전격 발탁했다. 무모한 선택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정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A매치 데뷔전이었던 1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킨 그는 호주아시안컵에서 2골-1도움을 올리며 준우승에 일조했다. 활발한 움직임과 과감한 압박, 탁월한 연계력을 지닌 이정협은 원톱 고민을 씻어줬다. 무엇보다 '신데렐라' 이정협의 등장으로 '실력만으로 평가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2의 이정협'을 찾아 K리그 클래식, 챌린지, 내셔널리그, 대학무대 등을 누볐다. 2015년에만 15명의 원석들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들 중 몇몇은 화려한 보석으로 탈바꿈했다. 이재성(23·전북) 권창훈(21·수원) 정우영(26·빗셀 고베)이 주인공이다. 3월 27일 우즈벡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를 한 이재성은 '박지성과 이청용을 섞어놨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표팀에 안착했다. 4일 뒤 뉴질랜드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이재성은 이후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4골-3도움을 기록했다. 권창훈은 후반기 한국축구의 대세로 떠올랐다. 동아시안컵에서 국제무대 첫선을 보인 권창훈은 엄청난 활동량과 결정력으로 신예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받은 권창훈은 7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이재성과 권창훈은 유럽파 틈바구니 속 K리그의 파워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4-1-4-1을 가능케 한 전천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도 올해 발견한 보물 중 하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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