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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도 춘하추동이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그리고 2015년의 경험은 소중하게 간직하되 대기록 등 '거추장한 외양'은 훌훌 털어버리기를 바란다.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올해의 전장은 특별했다. 늘 힘겨웠던 레바논(3대0 승)과 쿠웨이트 원정(1대0 승)에서 연승을 거둔 것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FIFA 랭킹 176위 라오스, 161위 미얀마는 월드컵 예선에서 만날 수 없는 상대였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새 옷인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한국은 3차예선부터 뛰어들었다. 3차예선에서는 30개국이 출전했다. 하위권 팀들은 그 전에 추려졌다.
그러나 2차예선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전부가 아니다. 2016년은 2015년과는 분명 다른 그림이다. 올해 일정상 불가피했지만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은 팀과 충돌한 적이 없었던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내년 8월부터 시작되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은 2차예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2차예선 각 조 1위팀의 면면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A조), 호주(B조), 카타르(C조), 이란(D조), 일본(E조), 태국(F조), 북한(H조)이 1위에 포진해 있다. 2위 가운데는 우즈베키스탄(H조), 시리아(E조) 등의 승점이 높다.
최종예선도 규정이 바뀌었다. 브라질월드컵의 10개팀이 아닌 12개팀이 최종예선에서 두 개조로 나뉜다. 경기 수도 팀당 10경기로 늘어난다. 만만하게 볼 상대는 없다. 매경기 혈전을 벌여야 한다.
동시에 러시아월드컵 본선도 준비해야 한다. 세계적인 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기회가 있다. 내년 5월 30일부터 6월 7일로 이어지는 A매치 주간에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를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가전 상대로 네덜란드를 첫 손에 꼽고 있다. 스코틀랜드, 덴마크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FIFA 랭킹은 16위, 덴마크는 35위, 스코틀랜드는 44위로 한국(48위)보다 높다. 세 팀은 내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 2016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협상을 통해 강호와의 A매치를 성사시키는 것이 숙제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바람이 현실이 돼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언대로 대표팀의 골격은 완성됐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토트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곽태휘(알 힐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이 뼈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정협(부산) 이재성(전북) 권창훈(수원) 정우영(빗셀 고베) 석현준(비토리아FC) 등 실험적인 카드들도 족족 성공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빚은 작품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냉정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팬들이 '갓(GOD)틸리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라는 말에 "축구인으로 40년을 살아왔다. 아마 2연패만 당해도 이런 평가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의 반응이 재밌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다.
슈틸리케호는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 2016년은 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다. 늘 도전과 실험을 즐겼으면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15년은 잊을 수 있으면 잊어야 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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