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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떠나는 황선홍, 그가 쓴 5년의 '반전 드라마'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10-30 07:22


◇포항의 '명가 부활'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 황 감독이 지난 2013년 12월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울산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1대0으로 승리,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00% 만족하는 축구는 없다. 항상 80%다. 나머지 20%는 평생 채워야 하지 않을까."

황선홍 포항 감독이 평소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말이다. 현역시절 구름 위를 걸었다. 하지만 지도자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은 경험은 '도전'을 갈구하는 원동력이 됐다.

황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포항은 29일 황 감독과 올 시즌을 끝으로 결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포항 구단측은 "2011년부터 5년 간 포항 감독으로 재임 중인 황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미래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이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은 올 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일본 J리그 구단과 계약설까지 퍼지는 등 '결별'이 기정사실화됐던 터였다. 황 감독은 포항 잔류를 1순위에 두고 고심 또 고심했다. 흔들리는 선수단을 붙잡고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포항과의 재계약은 지지부진 했다. 모기업 포스코가 예산 30%를 삭감, 다음 시즌 살림살이도 더욱 빠듯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리그 클래식 1회, FA컵 2회 우승을 달성한 황 감독이 더 이상 올라설 고지는 없었다. 황 감독은 장고 끝에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기로 했다.

'선수 황선홍'은 한국 축구사 골잡이 계보를 이은 '레전드'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화룡점정했다. 2003년 2월 전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황 감독은 2008년 부산 지휘봉을 잡으면서 감독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썼던 영광을 사령탑으로 다시 그리기 쉽지 않았다. '좋은 선수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긴 어렵다'는 속설을 따라가는 듯 했다.

포항에서 반전드라마를 썼다. 황 감독 부임 전 포항은 난파선이었다. 200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4위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사임하고 레모스 올리베이라 감독이 취임했으나 6개월 만에 경질됐다. 박창현 수석코치 체제를 거쳐 2010년 11월 황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포항 출신인 황 감독은 배수의 진을 쳤다. 사분오열된 선수단을 '우리는 포항이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뭉치는 데 성공했다. 2011년 후반기엔 2선 공격수들을 적극 활용하는 '제로톱' 전술을 개발, 리그 2위의 성적으로 ACL 출전권을 따내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012년 ACL에서는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제로톱은 더욱 견고해지면서 FA컵 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2013년에는 프로축구 첫 더블(리그-FA컵 동시제패)의 역사를 쓰면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성공이 발전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황 감독은 매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에 골머리를 썩여왔다. 모기업 포스코의 적자로 인해 줄어드는 예산과 고액 연봉자들의 적체 현상이라는 얽힌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황 감독은 "제로톱은 생존을 위한 방법이었다. 풍부한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면 아마 나오지 않았을 전술"이라고 스스로 평하기도 했다.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등 황 감독이 중용한 포항 유스 출신 선수들은 이제 한국 축구의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를 잡았다. 그 뒤에는 예산 확보를 위해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는 등 뼈를 깎는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황 감독은 이를 통해 포항을 정상의 자리로 끌어 올렸지만 돌아온 것은 '빈 주머니'였다.

황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잔여 경기를 치르고 포항을 떠난다. 향후 1년 간 지도자 연수에 나설 계획이다. 행선지는 독일 등 유럽 일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지도자 연수를 통해 그간 둘러보지 못했던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포항은 최근 황 감독과의 결별 방침을 정한 뒤 새 사령탑 물색에 나선 상황이다. K리그 클래식 전 감독, 대학팀 지도자와의 접촉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다만 신중하다. 클래식 2위에 머물고 있는 포항은 ACL 출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황 감독이 '유종의 미'를 강조하는 이유다. 포항은 올 시즌이 마무리 된 후 새 사령탑을 발표할 방침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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