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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만족하는 축구는 없다. 항상 80%다. 나머지 20%는 평생 채워야 하지 않을까."
황 감독이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은 올 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일본 J리그 구단과 계약설까지 퍼지는 등 '결별'이 기정사실화됐던 터였다. 황 감독은 포항 잔류를 1순위에 두고 고심 또 고심했다. 흔들리는 선수단을 붙잡고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포항과의 재계약은 지지부진 했다. 모기업 포스코가 예산 30%를 삭감, 다음 시즌 살림살이도 더욱 빠듯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리그 클래식 1회, FA컵 2회 우승을 달성한 황 감독이 더 이상 올라설 고지는 없었다. 황 감독은 장고 끝에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기로 했다.
'선수 황선홍'은 한국 축구사 골잡이 계보를 이은 '레전드'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화룡점정했다. 2003년 2월 전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황 감독은 2008년 부산 지휘봉을 잡으면서 감독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썼던 영광을 사령탑으로 다시 그리기 쉽지 않았다. '좋은 선수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긴 어렵다'는 속설을 따라가는 듯 했다.
성공이 발전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황 감독은 매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에 골머리를 썩여왔다. 모기업 포스코의 적자로 인해 줄어드는 예산과 고액 연봉자들의 적체 현상이라는 얽힌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황 감독은 "제로톱은 생존을 위한 방법이었다. 풍부한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면 아마 나오지 않았을 전술"이라고 스스로 평하기도 했다.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등 황 감독이 중용한 포항 유스 출신 선수들은 이제 한국 축구의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를 잡았다. 그 뒤에는 예산 확보를 위해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는 등 뼈를 깎는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황 감독은 이를 통해 포항을 정상의 자리로 끌어 올렸지만 돌아온 것은 '빈 주머니'였다.
황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잔여 경기를 치르고 포항을 떠난다. 향후 1년 간 지도자 연수에 나설 계획이다. 행선지는 독일 등 유럽 일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지도자 연수를 통해 그간 둘러보지 못했던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포항은 최근 황 감독과의 결별 방침을 정한 뒤 새 사령탑 물색에 나선 상황이다. K리그 클래식 전 감독, 대학팀 지도자와의 접촉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다만 신중하다. 클래식 2위에 머물고 있는 포항은 ACL 출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황 감독이 '유종의 미'를 강조하는 이유다. 포항은 올 시즌이 마무리 된 후 새 사령탑을 발표할 방침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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