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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이하(U-17) 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칠레 라 세레나 라포르타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0대2로 패했다. 세계 16강. 782일간의 대장정 끝에 얻은 최종 성적표였다. 뿌듯하면서도 아쉬움이 교차했다. 최진철호가 걸어온 782일간의 여정을 되짚었다.
1달 뒤 태국에서 열린 2014년 AFC U-16챔피언십에 나섰다. 철저한 준비가 보답을 받았다. 승승장구했다. 조별리그 A조에서 3승무패를 달렸다. 예선에서 졌던 말레이시아에게도 1대0으로 승리하며 설욕했다. 8강에서 숙적 일본을 2대0으로 눌렀다. 이승우가 환상적인 개인기로 2골을 뽑아냈다. 4강에서는 시리아를 7대1로 눌렀다. 아쉽게도 우승은 하지못했다. 결승전에서 북한에게 1대2로 졌다. 하지만 최진철호가 보여준 기량은 탁월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2015년 들어 최진철호는 조직력 강화에 힘썼다. 3월 일본 사닉스컵에서 무패 우승을 거뒀다. 3월부터 8월까지 매달 파주NFC에 모여 국내훈련을 가졌다.
위기도 있었다. 9월 열린 수원컨티넨탈컵에서 2무1패에 그쳤다. 월드컵 본선을 불과 1달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월드컵 출발 직전 장결희마저 다쳤다. 먹구름이 드리웠다. 최진철 감독은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축구로 도전하겠다"며 "조별리그는 당연히 통과할 것이며 일단 16강에 올라 분위기만 타면 8강, 4강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29일 벨기에와의 16강전 패배로 최진철호의 진군은 멈췄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태극소년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바꿨다. 이전까지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축구 키워드는 '정신력'과 '투혼'이었다. 그러나 칠레에서 최진철호는 '대등한 개인기량'과 '맞춤전술' 그리고 '자신감'으로 나섰다. 브라질, 잉글랜드, 벨기에 등 강호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경기를 펼쳤다. 세계 16강 정도는 가볍게 갈 수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17세 막내들이 보여준 '새로운 정체성'은 한국 축구가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다.
최진철호 선수들의 다음 목표는 한국에서 열리는 2017년 FIFA U-20월드컵이다. 쉽지는 않다. 자신들보다 1살 많은 안익수호의 1997년생 선수들과 경쟁을 치러야 한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선발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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