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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만 3번 하니까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울산대 부임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수들과 소통하는 일이었다. 수 년간 부진했던 울산대였기에 '반전'이 더욱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는 색깔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적도 뒤따랐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은 오는 11월 베트남에서 열릴 한중일 대학연맹전에 나설 대학선발팀 사령탑으로 유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해 부임 뒤 울산대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프로 감독에서 대학 지도자로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처음 지도자 생활을 할 때부터 프로 지도자에 큰 미련은 없었다. 그래서 고교 감독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돌아보면 준비가 덜 됐던 시절이다. 2011년 7월 대전에 부임하니 선수 7명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이었다(당시 대전은 7명의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됐다). 팀을 추스르긴 했는데, 어떻게 끌어가야 할지가 부족했다. 주변을 아우르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2012년 12월 대전에서 물러난 뒤 1년 간 쉬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2014년 당시 울산대 성적이 그리 좋진 못했다. 힘들진 않았나.
힘들더라(웃음).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성적도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대표팀 후배였던 정경호 코치와 함께 하게 된 것도 큰 힘이 됐다. 내가 세세히 챙기지 못하는 부분들을 잘 추스른다. 고마울 따름이다.
-왜 우승 문턱을 못 넘은 것 같나.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진 내가 봐도 '우리 팀이 이렇게 잘하는구나' 싶다. 그런데 결승전에 가면 앞서 너무 힘을 뺀건지 아쉬운 승부가 많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항상 고맙더라. 내가 부족한거다.
-대전에서 1년 반을 보냈고, 울산대에서 2년째를 바라보고 있다. 차이점은.
대전 시절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준비가 덜 된 시기였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경험이 쌓이다보니 유연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K리그 경기가 있을 때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여러 팀들을 지켜보면서 공부를 한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지도자가 어떤 자리인 지 좀 알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그게 대학 축구의 묘미다. 고교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특출난 일부 선수들을 빼면 주전 자리를 잡긴 쉽지 않다. 대학 축구는 부족함이 남아 있는 선수들이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성장하는 자리다. 선수들이 매년 성장하면서 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 프로에 가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다.
-대학선발팀 사령탑 선임 소식을 전해들었다.
사실 눈치가 많이 보인다(웃음). 준우승만 3번 한 지도자가 큰 자리를 맡았다. 국내 무대에서 최고의 대학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리는 데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되는 게 사실이다. 후회없이 재미있는 승부를 치러보고 싶다.
-대학을 거쳐 프로 무대에 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영남대를 거친 이명주(알 아인) 김승대(포항)는 A대표팀까지 승선했다. 두 선수 모두 고교 시절부터 좋은 활약을 했지만, 부족한 2%는 대학 시절 채웠다고 본다. 나도 울산대에서 이명주 김승대 같은 선수들을 길러내는 게 목표다.
-K리그는 이제 40대 지도자들이 주류다. 현역시절 선후배들이 많은데.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 선전하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부럽다. 경기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나도 뒤쳐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면서 노력할 생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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