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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칠레에서 날아온 낭보, 한국 축구 미래는 밝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10-20 05:19



그라운드도 생물이다. 늘 새로움을 갈구한다. 그래야 희망도 노래할 수 있다.

박지성이 떠나자 '쌍용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이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섰다. 이어 손흥민(23·토트넘)이 새로운 빗장을 열었다.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선물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 탁월한 골 결정력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세계도 인정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했다. 이적료는 무려 3000만유로(2200만파운드·약 400억원), 아시아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부상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비우고 있지만 이미 EPL 정복도 시동을 걸었다. 5경기에서 3골을 터트리며 '손(Son)의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손흥민 이후 한국 축구 지형은 안갯속이었다. 새로운 인물이 궁금했다. 최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평가전을 보면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기분이었다. '막내' 황희찬(19·리퍼링)의 재발견은 빛이었다. 그는 국내 고교무대를 평정한 후 지난해 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이적했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황희찬은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포항 유스 출신이다. 하지만 K리그를 등지고 유럽으로 향했다. 논란이 됐지만 그 또한 마음고생이 심했다. 오해도 있었다. 다행히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농락했고, 패싱력과 슈팅력까지 두루 겸비했다. 논란을 찬사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황희찬 뿐이 아니었다. 류승우(22·레버쿠젠)는 설명이 필요없지만 박인혁(20·프랑크푸르트) 최경록(20·장트파울리) 지언학(21·알코르콘) 등의 이름값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그리고 일요일(1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칠레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황희찬의 바로 밑 동생들인 17세 이하(U-17) '리틀 태극전사'들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었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은 칠레 U-17 월드컵에서도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브라질전은 비기기만해도 나쁘지 않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16강행 시나리오였다. 2차전 기니(21일 오전 8시), 3차전 잉글랜드전(24일 오전 5시)에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었다.

첫 판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불과 한 달 만에 바뀐 희비였다. 최진철호는 9월 수원 컨티넨탈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브라질과 상대했다. 안방이었지만 '삼바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승우(17·바르셀로나 B)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이었다. 부실한 수비라인도 걱정이었다.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진철호는 한 달 만에 다른 팀이 돼 있었다. '이승우팀'이 아닌 '최진철팀'으로 변모했다.

이승우는 힘을 뺐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약속을 지켰다. 주연이 아닌 '명품 조연'으로 브라질전을 소화했다. 불안한 수비도 '팀'으로 탈출구를 마련했다. 최전방의 이승우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쳤다. 강도높은 압박에 브라질도 당황했다. 최후방의 수비라인도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브라질의 공세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패기도 압권이었다. 브라질의 이름에 주눅들지 않았다. 축구를 즐겼다. 선수들 호텔 숙소 방문에 붙어 있는 '월드컵 긴장돼? 축구 왜? 시작했어šœ 결과는 나중이야! 그냥 한번 즐겨봐!!'라는 글을 철저하게 이행했다. 최진철 감독의 리더십도 재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제 첫 단추를 뀄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니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하면 조 1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비겨도 6개조 3위팀 중 4팀까지 진출할 수 있는 16강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1985년 세상에 나온 U-17 FIFA 월드컵과 큰 인연이 없었다. 2013년 15회 대회까지 본선 진출은 4차례에 불과했다. 1987년과 2009년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2003년과 2007년 대회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최진철호의 출사표는 '4강'이다. 4강도 중요하지만 더 의미있는 것은 떠나지 않는 그들의 미소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브라질전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대회를 즐기기를 바란다. 성적은 그 다음이다.

한국 축구가 손흥민에서 황희찬 이승우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수놓는 그라운드, 그 미래가 한없이 밝아 보인다.
스포츠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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