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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제주 감독은 '탓'을 하지 않는다.
석연찮은 판정에도 심판 '탓'을 하지 않는다. 조 감독은 지난달 13일 울산전에서 2대2로 비긴 후 화가 많이 났다. 경기 후 항의도 많이 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제소를 준비하자 정작 이를 말렸다. 그 전에도 그랬다. 아쉬운 판정이 나와도 좀처럼 항의를 하지 않았다. 과거 경험 때문이다. 영생고를 이끌 던 시절 조 감독은 한 대회에서 두 번이나 퇴장을 당했다. 모두 판정에 항의하다 그랬다. 어느 날 다른 심판에 항의하는 지도자를 보며 정신이 들었다. 그 이후 불같은 성질이 줄어들었다. 그 뒤로는 완벽히 경기를 준비하지 못한 자기를 '탓'하게 됐다.
조 감독의 말대로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이었다. 고공비행에서 추락, 다시 반전 후 마지막 33라운드에 쓴 극적인 그룹A행 드라마. 하지만 그 굴곡 속에서도 조 감독은 한결 같았다.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철학 속에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만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았다. 담배도 늘었고, 마시지도 못했던 술은 어느덧 제법 주량이 쌓였다. 그래도 조금씩 스타일이 바뀌어가는 선수들, 그토록 강조했던 승리의 의욕을 높여가는 선수들을 믿었다. 기적의 상위 스플릿행은 믿음의 결과다.
조 감독은 스스로 이번 시즌 30~40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실수도 많았다. 하지만 조 감독의 믿음 속에 성장하는 신예들과 예쁘게 볼을 차는 대신 강인한 몸싸움을 펼치는 스타일의 변화 속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조 감독은 희박하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도전할 생각이다. 실패하면 내년에 다시 도전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탓' 하지 않는 조 감독도 분명 성장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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