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아픔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반드시 우승하겠다."
한가위 멀티 축포를 쏘아올린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첼시의 리그 첫 우승을 향한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지소연은 28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체셔 위드니스 셀렉트 시큐리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리버풀 원정에서 전반 30분, 후반 38분 2골을 몰아치며 팀의 4대0 대승을 이끌었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0분, 박스 오른쪽에서 젬마 데이비슨이 올려준 크로스를 박스 왼쪽에서 이어받은 지소연은 환상적인 개인기를 뽐냈다. 오른발로 볼을 컨트롤하며 수비를 따돌리고 돌아선 후 각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감 넘치는 슈팅으로 골망 상단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왜 그녀가 잉글랜드 최고의 여자 축구선수인지를 다시금 입증했다. 현지 중계진과 언론 역시 지소연의 골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터치다. 잉글랜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한국 에이스가 또다시 매직을 구사했다. 골을 넣을 수 없는 위치에서 넣은 믿을 수 없는 첫 터치, 언빌리버블(unbelievable, 믿을 수 없는), 인크레더블(incredible, 놀라운), 판타스틱(fantastic, 환상적인)한 골"이라며 폭풍 칭찬을 쏟아냈다. 경기 후 지소연은 이날 '슈퍼골'에 대해 "발끝에 터치되는 순간, 기분이 짜릿했다"며 웃었다.
첼시는 내달 5일 선덜랜드 레이디스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현재 승점 2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날 승리로 2년 연속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도 확정했다. 2위 맨시티가 승점 27, 2점차로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첼시가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무조건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다. 첼시가 비기고 맨시티가 이기더라도 득실차에서 앞설 가능성이 높다. 같은날 2위 맨시티는 브리스톨아카데미를 상대로 6대1 대승을 거뒀다. 첼시의 이날 리버풀전 다득점, 지소연의 멀티골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선덜랜드에 패하지만 않는다면 사상 첫 리그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지소연은 마음을 다 잡고 있다. 지난해 리그 최종전에서 맨시티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아픈 기억이 있다. 지고는 못사는 지소연은 "작년의 아픔을 두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달 5일은 '코리안데이'다. 이날 자정,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기성용의 스완지시티와 손흥민의 토트넘이 맞붙는다. '코리안 더비' 직후인 새벽 2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자존심' 지소연이 선덜랜드와의 홈경기에서 WSL 패권을 다툰다. "(손)흥민이랑 (기)성용오빠 경기에 묻힐지도 모르지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웃었다. "첼시 역사상 첫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끝까지 집중해, 리그 마지막 경기를 홈에서 멋진 승리로 장식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8월1일 윔블리에서 열린 노츠카운티와의 FA컵 결승전, 지소연은 천금같은 결승골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첼시레이디스가 팀 역사상 최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제는 첫 리그 우승이다. '지소연 효과'에 힘입어 '더블'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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