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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전]권창훈, '고종수 왼발+박지성 심장'을 보여줬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9-09 01:12 | 최종수정 2015-09-09 01:12


권창훈(가운데). 화성=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승리의 파랑새' 권창훈(21·수원)의 왼발이 레바논을 잠재웠다.

권창훈은 8일(한국시각) 레바논의 사이다 시돈 시립경기장에서 벌어진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원정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2-0으로 앞선 후반 15분 멋진 오른발 터닝 슛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3일 라오스전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렸던 권창훈은 A매치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호의 또 다른 득점기계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권창훈은 4-1-4-1 포메이션의 2선 공격수로 출전했다. 익숙한 자리였다. 소속 팀에서도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며 승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권창훈이 가장 돋보인 부분은 엄청난 활동량이었다. 황사와 높은 습도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된 중원 장악에 힘을 보탰다. 많이 뛰면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퍼즐을 완성했다. 패스가 이어져야 할 곳에는 언제나 권창훈이 있었다. 마치 '산소탱크' 박지성(은퇴)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했다.

1-0으로 앞선 전반 26분에는 추가골까지 이끌어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공을 빼앗은 뒤 역습 상황에서 저돌적인 돌파에 이어 쇄도하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운 좋게도 이 패스가 상대 수비수 왈리드 이스마일의 발에 맞고 추가골로 이어졌다.

권창훈의 왼발은 전반 41분부터 날카로움을 뽐내기 시작했다. 23m 지점에서 날린 강력한 왼발 슛이 무회전으로 골문을 향했다. 상대 골키퍼는 잡다가 놓친 뒤 다시 막아내야 했다. 이 왼발 슛은 고종수 수원 코치에게 전수받은 노하우였다. 고 코치는 수원 유스팀 매탄고 시절 권창훈에게 침대에 고무 밴드를 걸고 왼발목으로 잡아당기라는 조언을 해주며 왼발목 힘을 기르도록 했다. 고 코치의 조언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권창훈은 고 코치 현역시절 만큼의 대포알 왼발 슛을 장착하게 됐다.

하지만 이날 득점은 오른발로 넣었다. 후반 15분 기성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권창훈은 아크 서클에서 오른발 터닝 슛으로 쐐기골을 박았다.

아직 스물 한 살에 불과한 권창훈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향후 10년 이상 A대표팀의 중원을 든든하게 책임져 줄 전망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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