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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와 플라티니의 밀거래?' 정몽준 회장의 승부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9-03 16:20 | 최종수정 2015-09-04 08:40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3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정 명예회장.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03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출현했고, 공정해야 할 선거판도 길을 잃고 있다. 정의는 사라졌고, 그 자리는 부정이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도전하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 부회장이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쟁자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아시아축구연맹(AFC) 그리고 FIFA가 연결된 '부정 선거' 의혹을 폭로했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비밀 선거'가 원칙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공개한 서한은 '뒷거래'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정 회장에 따르면 세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바레인)이 최근 한국과 요르단을 제외한 회원국들에게 플라티니를 FIFA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추천서 양식을 보냈다고 한다. 요르단의 경우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가 FIFA 회장 선거에 재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일본, 몽골, 인도, 싱가포를 등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서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단다. 그런데 추천서의 답신은 AFC가 아닌 FIFA에게 보내도록 했다. 정 회장이 공개한 서한에는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의 이름이 선명했다. 특히 서한에는 오로지 플라티니만을 지지하고 그 외에는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회장은 분노했다. 그는 "받으신 분들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다. 플라니티는 선거 운동을 참 쉽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FIFA 사무국이 직접 서신을 받아주니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너무 명백한 부정선거더라"며 "선거는 비밀투표인데 회원국에 지지 요청을 보내면 비밀 원칙이 위반된다. 각 나라가 독자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하는 기본 법규, 결국 FIFA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비유를 하자면 시장이나 도지사가 시·도의원들에게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추천서를 발송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AFC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서도 이뤄졌고, 다른 대륙연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연맹들이 광범위하게 서한을 돌렸는데 과연 플라티니가 몰랐을까. 이런 행위는 당사자가 '내가 제일 인기가 있는 사람인데', '인기 축구선수 출신인데'라는 자만심과 오만한 생각 때문이다. 선거의 기본을 훼손하고 있다"며 플라티니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더 심각한 것은 FIFA다. 발케 사무총장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최측근 오른팔이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북중미 집행위원들에게 뇌물 1000만달러(약 111억6300만원)를 전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래터 회장이 사퇴를 발표한 것도 발케 사무총장의 '치부'가 드러난 직후다.

FIFA가 나선 데는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플라티니는 2007년 UEFA 회장에 당선될 때 블래터 회장이 배후에서 적극 지원했다. 최근 등을 돌렸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 블래터 회장은 합종연횡의 대명사다. 그는 1998년 첫 FIFA 대권을 잡을 때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의 비리를 덮는 조건으로 지지를 받아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 때의 블래터가 현재의 플라티니가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플라티니를 지지하는 양식을 왜 FIFA 사무국에 보내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FIFA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는 데 선거관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사무국이다. 그 분들이 선거관리 규정의 정신을 왜 위반하는지 모른다"며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 같다.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FIFA 사무국에 보내라고 한만큼 자신 신고한 셈이 됐다. 사무국이 모든 자료를 갖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조사해서 지지 표명을 무효화 시키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A를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은 마피아에 대한 모욕이다.' 세간의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 회장은 '밀거래 폭로'로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플라티니와 FIFA는 어떻게 반응할까.

FIFA 회장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 FIFA는 공정한 선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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