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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비밀 선거'가 원칙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공개한 서한은 '뒷거래'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정 회장에 따르면 세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바레인)이 최근 한국과 요르단을 제외한 회원국들에게 플라티니를 FIFA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추천서 양식을 보냈다고 한다. 요르단의 경우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가 FIFA 회장 선거에 재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일본, 몽골, 인도, 싱가포를 등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서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단다. 그런데 추천서의 답신은 AFC가 아닌 FIFA에게 보내도록 했다. 정 회장이 공개한 서한에는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의 이름이 선명했다. 특히 서한에는 오로지 플라티니만을 지지하고 그 외에는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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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FIFA다. 발케 사무총장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최측근 오른팔이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북중미 집행위원들에게 뇌물 1000만달러(약 111억6300만원)를 전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래터 회장이 사퇴를 발표한 것도 발케 사무총장의 '치부'가 드러난 직후다.
FIFA가 나선 데는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플라티니는 2007년 UEFA 회장에 당선될 때 블래터 회장이 배후에서 적극 지원했다. 최근 등을 돌렸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 블래터 회장은 합종연횡의 대명사다. 그는 1998년 첫 FIFA 대권을 잡을 때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의 비리를 덮는 조건으로 지지를 받아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 때의 블래터가 현재의 플라티니가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플라티니를 지지하는 양식을 왜 FIFA 사무국에 보내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FIFA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는 데 선거관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사무국이다. 그 분들이 선거관리 규정의 정신을 왜 위반하는지 모른다"며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 같다.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FIFA 사무국에 보내라고 한만큼 자신 신고한 셈이 됐다. 사무국이 모든 자료를 갖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조사해서 지지 표명을 무효화 시키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A를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은 마피아에 대한 모욕이다.' 세간의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 회장은 '밀거래 폭로'로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플라티니와 FIFA는 어떻게 반응할까.
FIFA 회장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 FIFA는 공정한 선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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