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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스플릿 그룹B 울산', 누구의 책임인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9-02 08:18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일본에서 선배님들의 활약상을 봐왔다. 대단하신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선배님들이 나를 무서워하지 않을까."

지난해 12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윤정환 감독의 취임일성이었다.

9개월이 흐른 지금. 윤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곱씹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실이 정답이다. 울산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스플릿 경계선에 다다른 현재 클래식 12팀 중 10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 스플릿 사선을 넘나들며 집중포화를 당하던 조민국 전 감독 시절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 순위다. 더 올라갈 힘도 보이지 않는다. 33라운드까지 5경기를 남겨놓은 울산(승점 29)은 오는 9일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더라도 6위 인천(승점 42)이 승점 3을 추가하면 남은 4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7~12위가 참가하는 스플릿 그룹B행이 확정된다. 지난 2013년 스플릿 제도가 시행된 이래 울산이 그룹A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울산이 이대로라면 지난 2000년 10위 이후 15년 만에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즌을 마치기 전부터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윤 감독이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자만이 독이 됐다. 윤 감독은 시즌 초반 서울, 포항을 연파한 배경을 두고 "다른 팀들은 이런 축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3월 한 달 간 구름 위를 걷던 윤 감독은 울산이 무승의 늪에 빠진 뒤에도 기존 전술을 고집했다. 선수단 관리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올 초 김태환 구본상 이창용에 제파로프, 여름 이적시장에선 조영철과 에벨톤, 코바를 데려오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시즌 내내 "밖에선 어떻게 볼 지 몰라도 (활용 가능한) 선수가 없다"는 넋두리뿐이다. 소통을 통해 부진을 šœ겠다고 강조했으나, 제대로 된 결과물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윤 감독을 보좌하며 안살림을 챙겨야 하는 코칭스태프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단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선수단 분위기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며 더 어수선해진 눈치다. 단순한 대표차출 공백과 일부 선수들의 이적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 수뇌부는 지난 여름 윤 감독 거취에 대해 논의했지만 '현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 전 감독이 1년 만에 물러난 데 이어 윤 감독에게 또 칼을 들이대기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울산이 이대로 시즌을 마치게 될 경우 칼자루에서 여전히 손을 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년만에 돌아온 최악의 성적은 '만년 우승후보' 울산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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