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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선배님들의 활약상을 봐왔다. 대단하신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선배님들이 나를 무서워하지 않을까."
윤 감독이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자만이 독이 됐다. 윤 감독은 시즌 초반 서울, 포항을 연파한 배경을 두고 "다른 팀들은 이런 축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3월 한 달 간 구름 위를 걷던 윤 감독은 울산이 무승의 늪에 빠진 뒤에도 기존 전술을 고집했다. 선수단 관리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올 초 김태환 구본상 이창용에 제파로프, 여름 이적시장에선 조영철과 에벨톤, 코바를 데려오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시즌 내내 "밖에선 어떻게 볼 지 몰라도 (활용 가능한) 선수가 없다"는 넋두리뿐이다. 소통을 통해 부진을 겠다고 강조했으나, 제대로 된 결과물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윤 감독을 보좌하며 안살림을 챙겨야 하는 코칭스태프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단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선수단 분위기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며 더 어수선해진 눈치다. 단순한 대표차출 공백과 일부 선수들의 이적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 수뇌부는 지난 여름 윤 감독 거취에 대해 논의했지만 '현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 전 감독이 1년 만에 물러난 데 이어 윤 감독에게 또 칼을 들이대기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울산이 이대로 시즌을 마치게 될 경우 칼자루에서 여전히 손을 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년만에 돌아온 최악의 성적은 '만년 우승후보' 울산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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