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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용광로 같았던 중원, '황새'-'세오' 지략대결 무승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8-31 07:33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이 경기 이후 K리그 클래식은 9일간의 A매치 휴식일에 돌입한다. 붉은 색과 푸른 색의 유니폼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 그라운드는 한 치의 양보없는 전쟁터였다.

황선홍표 '스틸타카'와 서정원표 '밸런스 축구'가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충돌했다. 무대는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였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구도였다. 추격자의 입장은 리그 5위 포항이었다. 화두는 '설욕'이었다. 안방에서 수원에 2연패 중이었다. 수원은 포항을 비롯해 리그 2위를 탈환하려는 팀들과의 간극을 벌려놓아야 했다.

뚜껑이 열렸다. 양팀은 사이좋게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0대0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그러나 난타전 못지 않게 재미가 흘러넘쳤다. 치열한 중원싸움과 질 높은 패스축구에 매료된 1만4341명의 관중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황새'의 변화, '세오'의 경계

황 감독은 이날 스쿼드에 과감한 변화를 줬다. '중원의 핵' 신진호와 손준호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한 자리에 프로 2년차 박준희를 출전시켰다. 건국대 출신인 박준희는 지난 시즌 1경기에 출전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 가평 전지훈련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황 감독의 비밀병기로 대기 중이었다. 황 감독은 "풀백 자원인데 미드필더로 세웠다. 중원 공백을 잘 메워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비진도 박선용 대신 김준수를 우측 풀백으로 기용했다. 황 감독은 "붙박이는 없다. 경쟁을 유도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수원과의 빅매치에서 도전을 감행한 황 감독은 김승대와 고무열을 벤치에서 출발시켰다. "잔부상도 있고, 후반 투입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황 감독의 시각이었다. 황 감독은 23일 전남전 이후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공격과 수비에서 밋밋함을 보였다. 전남전 이후 강한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면서도 적극적인 경기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승부의 관건을 중원 장악으로 평가했다. 황 감독은 "미드필드 싸움이 변수다. 미드필더들이 밀리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평소 4-3-3 포메이션으로 제로톱을 가동하는 황 감독은 이날 중원 강화를 위해 4-5-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반면, 서 감독은 두 명의 상대 경고누적 결장자에 대해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전력 약화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선수들이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정신적인 면이 강해지지 않을까"라며 경기 외적인 면을 경계했다. 이날 서 감독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18명의 출전 명단에서 드러냈다. 광대뼈 골절로 보호 마스크를 낀 조성진을 교체명단에 포함시켰다. 조성진은 다음달 9일 부산전부터 활용할 것으로 보였다. 서 감독은 "후반 상황을 보고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부상자 속출로 필드 가용 자원이 부족한 서 감독도 다급함이 엿보인 부분이다. 서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4-1-4-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용광로 중원, 맥빠진 '황새'와 '세오'


황 감독의 예상대로 중원이 이날 승부의 열쇠였다. 황 감독은 김태수-황지수-박준희 등 경험과 패기가 섞인 중원 미드필더로 수원의 탄탄한 조직력을 막아세웠다. 수원도 밀리지 않았다. '수원의 파랑새' 권창훈과 백지훈의 경기 조율 속에 재치있는 패스 플레이로 포항을 파고들었다. 중원은 마치 용광로 같았다. 그러나 후반 전략은 양팀 사령탑이 달랐다. 용병술에서 그림이 갈렸다. 황 감독은 공격의 방점을 찍기 위해 공격수를 투입했다. 후반 티아고와 라자르가 빠지고 심동운과 김승대가 교체투입됐다. 그러나 서 감독은 중원과 수비에 더 무게를 실었다. 후반 9분 미드필더 고차원이 투입됐고, 후반 28분 수비수 조성진이 수비형 미드필더 백지훈 대신 들어갔다.

경기가 끝난 뒤 황 감독은 만족과 불만족스러운 점을 가감없이 내뱉었다. 우선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미드필더들을 칭찬했다. "중원 싸움은 만족스러웠다. 후반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면이 보였지만 많이 뛰어준 결과다. 만족스럽다." 그러면서 공격수들에게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축구는 골이 나야 하는 것이다. 수비적으로 상대가 잘하는 것은 잘 막았지만 공격에서 골이 나오지 않아 승리할 수 없었다." 또 "이번주 공격수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요구했는데 아직 한참 모자르다. 사고를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 반드시 개선이 돼야 팀에 도움이 된다. 소극적인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승부에 맥이 빠진 것은 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서 감독은 "포항이 준비를 많이 했다. 우리가 해왔던 축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원 지역에서 황지수와 포항의 수비 3명이 강하게 압박을 했다. 우리의 킬패스를 저지해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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