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43명의 국회의원에게 겸직불가, 사직권고 조치를 내렸다. 9명이 '겸직불가' 판정을 받았고, 34명이 '사직권고' 명령을 받았다. 체육 관련 단체장 24명,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 단체장 8명이 포함됐다. '사직권고' 후 9개월.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단체장 '의원님'은 여전히 8명이다.
국회법상 '겸직 불가' 통보를 받으면 3개월 내 겸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겸직불가 판정을 받은 9명의 의원은 1월 말 전원, 법에 따라 사임했다. 체육단체장 중에서는 김장실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이우현 국민생활체육회 이사 등이 물러났다.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도 사퇴 번복 등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내놨다. 그러나 '사직권고'를 받은 대다수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강제성 없는 '권고' 사항이라는 인식이었다. 태권도 관련 단체들이 국회 앞에 몰려와 시위를 펼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권 인사로 단체장이 채워지는 것에 대해 체육계에서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조속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로 겸직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후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이 자진사임했다.
2015년 8월 현재, 대한체육회 산하 57개 가맹 단체장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8명이다. 장윤석 대한복싱협회장(새누리당), 홍문표 대한하키협회장(새누리당), 김태환 대한태권도협회장(새누리당),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새정치민주연합), 이학재 대한카누연맹 회장(새누리당),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새누리당), 염동렬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새누리당), 류지영 한국에어로빅체조연맹 회장(새누리당) 등이다. 이병석 야구협회장이 사퇴했지만 류지영 의원이 지난 2월 정가맹 단체로 승인된 한국에어로빅체조연맹 회장으로 입성했다. 준가맹 단체 회장 중 현직 국회의원은 이재영 대한오리엔티어링협회장(새누리당), 박인숙 대한플로어볼협회장(새누리당),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장(명예직, 새정치민주연합) 등 3명이다. 체육단체장직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고 있는 11명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9명,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명이다.
대중의 따가운 눈총과 당의 잇단 권고, 당론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겸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시작한 일을 마무리 해야 한다", "후임이 없다", "무보수 명예직일 뿐인데 굳이 그만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업무 공백과 단절, 후임의 부재 등을 말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체육단체 수장의 포지션과 이미지, 조직은 유용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도 이어진다.
협회가 힘 있는 '정치인 회장'의 잔류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인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 스폰서 영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해당 종목에 같한 애정을 가진 '실세 '의원님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타협'이다. 2009년 대한하키협회장에 취임한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사직 권고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2월 대한하키협회는 하키인 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정의화 의장에게 제출했다. 홍문표 의원의 사직 권고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서였다. 홍 의원이 2017년까지 임기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대한배드민턴협회도 다르지 않다. 신계륜 의원이 겸직 금지 권고에 따라 사임의 ?裏 표했으나 협회는 1월 22일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결정했다. 대의원들은 "정치적 논리로 제기된 권고를 받아들이면 체육단체의 자립성을 침해받는다", "배드민턴계의 뜻도 무시돼선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체육단체가 자체 결의를 통해 정치인 단체장의 임기를 보장키로 한 첫 사례다.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같한 전병헌 의원의 경우 사직권고 직후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았다. 협회는 실무 사무총장 체제로 운영중이다. 전 의원은 국제 e스포츠협회장 자격으로 주요 행사에 참석한다.
8명의 국회의원 단체장 중 동계 종목 회장은 염동열 대한바이애슬론협회장과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등 2명이다. 염 회장은 2016년 12월, 김 회장은 2017년 1월 임기가 끝난다. 겸직금지 조항, 국민 정서 등에 비춰 연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새 회장 체제에서 '평창'을 준비해야 한다. 지속적인 재정 투자, 훈련 지원이 절실한 종목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진다.
국회 윤리심사 자문위원인 문흥수 변호사는 8월 '국회보' 기고를 통해 모호한 '공익 목적의 명예직' 조항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심사기준표에 나와 있는 '체육회', 보건복지, 장학, 장애인, 노인, 여성, 청소년을 위한 단체, 순수 연구기관 등은 공익 목적의 단체지만, '명예직'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명예직'이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단지 상징적 의미가 있는 직위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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