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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겨야 하는 북한전, 필승카드는 군인정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8-07 08:12



남녀 동반우승을 노리는 한국의 마지막 상대는 북한이다. 북한을 넘어야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다. 언제나 특별한 북한전이지만 이정협(상주 상무)과 권하늘(부산 상무)에게는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슈틸리케호의 주전 원톱' 이정협은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다. 그를 대표하는 별명도 '군인'과 '신데렐라'를 합친 '군데렐라'다. 이정협은 평소 군인임을 자랑스러워 했다. "군데렐라라는 별명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한다.

이정협은 지난달 30일 일산의 한 극장에서 A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발생한 해상 전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대한축구협회가 동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의 사기와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 군인 신분인 이정협에게는 더 특별했다. 협회는 인터뷰 도중 같은 군인 신분으로 감정이 몰입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운 것 까지는 아니었다"고 웃은 뒤 "2002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특별했다. 나와 비슷한 군인들의 이야기에 뭉클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쳤다. 한국은 9일(이하 한국시각)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북한과 2015년 동아시안컵 최종전을 치른다. 이정협이 현역 군인으로 맞이하는 남북전은 어찌보면 한-일전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정협도 이를 강조했다. 6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이정협은 "주변에서 '북한에 지면 영창감이다. 절대 지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나도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권하늘의 특별한 격려도 받았다. 역시 군팀에서 뛰는 권하늘의 계급는 중사다. 이정협의 상관이다. 이정협은 "파주에서 권 중사님에게 우한으로 출발하기 전날 잘 다녀오시라고 했다. 아무래도 신분이 군인이라 깍듯하게 중사님이라고 인사해야 한다. 그랬더니 이 병장도 잘 하고 오라고 했다"고 했다.

권하늘도 북한전에 임하는 각오가 더욱 단단하다. 권하늘은 "군인이다보니 북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북한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난 전쟁터에 나가지는 않지만 경기장이 나에게는 전쟁터라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모든 간부님들께서도 북한전은 꼭 이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권하늘에게 북한전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북한전에 나설 경우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권하늘은 100번째 경기의 의미 보다는 일본전 부진을 만회하고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팀원들 역시 권하늘에게 승리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고 있다.

이병장의 메시지도 받았다. 이정협은 "사실 여자축구선수로서 100경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자랑스럽게 100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권하늘 중사님처럼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고 싶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과연 이정협과 권하늘이 북한전에서 웃을 수 있을지. 그들의 특별한 남북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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