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묘한 데자뷰' 흔들리는 할릴호지치, 또 한국을 만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8-05 08:15


우한스포츠센터스타디움/ 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팀/ 북한 VS 일본/ 일본 할릴호지치 감독/ 사진 김재훈

묘한 데자뷰다.

브라질월드컵이 열리고 있던 2014년 6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제리 대표팀을 이끌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국 언론과 싸우고 있었다. 알제리축구협회 역시 할릴호지치 감독을 곱게 보지 않았다. 선수 기용서부터 선수 관리까지, 할릴호지치 감독을 바라보는 알제리의 반응은 냉소 그 자체였다. 벨기에와의 1차전 패배가 만든 풍경이었다.

1년2개월이 지난 지금.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중국 우한에 온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2일 북한에 1대2로 역전패했다. 1993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만들어진 이래 일본이 FIFA랭킹 100위권 밖 팀에게 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의 FIFA랭킹은 129위다. 일본 언론은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변명에 비판 일색이다. 시오야마 스포츠호치 기자는 "핑계대지 않겠다더니 입만 열면 핑계다"고 비아냥댔다. 3일 훈련 중에는 할릴호지치 감독과 일본축구협회 관계자간의 마찰도 있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에게 "일본 축구의 위기다. 뭔가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열변을 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팎에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할릴호지치 감독의 다음 상대는 한국이다. 브라질월드컵 때도 그랬다. 그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한국과의 2차전을 준비했다. 알제리는 완벽한 우위를 보이며 한국을 4대2로 제압했다. 경기 후 알제리 언론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는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한국전 승리를 바탕으로 알제리를 16강으로 이끈 할릴호지치 감독은 영웅이 됐다.

이번에는 월드컵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보인다.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전에 이어 한-일전까지 패할 경우 할릴호지치 감독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미 해외파가 총출동했던 싱가포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무승부로 일본팬들과 언론의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할릴호지치 감독이다. 일본대표팀을 20년째 취재하고 있는 모리 무사후미 재팬풋볼 기자는 "이번 대회는 할릴호지치 감독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한국전까지 패할 경우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한번 한국전을 통해 영웅과 역적의 갈림길에 선 할릴호지치 감독이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