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국 女축구, 중국 상대 2연승 의미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8-02 16:21 | 최종수정 2015-08-03 07:21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1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5년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 27분 정설빈(인천 현대제철)이 결승골을 넣었다.

그동안 만리장성은 한국 여자축구가 좀처럼 넘기 힘든 높은 벽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중국과 31번 맞붙어 3승5무23패에 그쳤다. 첫 맞대결부터 완패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이었다. 한국은 외인부대였다. 당시만해도 여자축구의 개념이 없었다. 핸드볼, 하키 등 다른 종목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0대8로 대패했다. 1년 뒤 일본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중국에게 0대10으로 졌다. 1990년 첫 만남 이후 2004년 4월까지 한국은 중국에 14연패(3득점-66실점)했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시작점은 청소년대표팀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일을 냈다. 2004년 5월 중국 수저우에서 열린 AFC 19세이하 여자챔피언십에서 박은선(이천대교)이 이끄는 한국은 중국을 조별리그에서, 그리고 결승에서 차례로 연파했다. 2009년 대회에서는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을 주축으로 해 결승에서 중국을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세이하 여자대표팀은 중국과 7번 맞붙어 3승3무1패로 절대 우세다.

중국을 쉽게 제압했던 청소년 선수들이 자라 여자대표팀의 주축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어려움도 있었다. 지소연은 소속팀 일정으로, 박은선은 부상으로 오지 못했다. 조소현과 전가을(이상 인천현대제철) 등 주축들도 컨디션 저하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선발 선수 11명 가운데 7명이 1990년대 태생이었다. 이들은 자신감으로 임했다. 청소년 시절 손쉽게 제압했던 중국이었다. 중국은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 눈에는 대진운이 좋아서 거둔 성적일 뿐이었다. 더욱이 올 1월 중국 쉔젠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도 3대2로 제압했다.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로 경기에 나섰다.

자신감은 경기 내용에서도 나타났다. 경기 내내 빠른 패스와 개인기로 중국을 압도했다. 후반 중반 이후 무더위로 인한 체력 고갈로 고전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태극낭자들은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를 거뒀다. 1월 승리에 이어 사상 첫 중국 상대 2연승이었다. 앞으로 여자축구 한중전 무게중심이 한국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신호탄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개막전인 만큼 힘들고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설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를 상대로 승리를 얻기 위해 첫 경기로 배정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이긴 만큼 자신감이 커질 것 같다. 중국이 원하는 결과와 반대가 된 것에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