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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독일)이 한국 축구와 호흡한 지 1년이 다 됐다.
동아시안컵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3년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중심이 돼 2002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을 창설했고, 이듬해 1회 대회가 열렸다. 동아시안컵은 한-중-일 3개국이 2년을 주기로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대회다. 한국은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 우승했다. 중국도 2005년과 2010년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직전 대회인 2013년 첫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시안컵은 라이벌전으로 꾸며져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일전과 남북대결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공한증의 향수도 누릴 수 있다. 축구팬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다. 슈틸리케호는 2일 개최국 중국과 1차전(2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을 치른 후 일본(5일 오후 7시20분), 북한(9일 오후 6시10분)과 차례로 격돌한다.
세상이 달라졌지만 동아시안컵은 여전히 평가절하할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무대에서 실험을 선택했다. 23명의 최종엔트리는 파격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을 바라보는 시선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이견이 없다. 다만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지도자도 꽤 있다. 특히 이동국(35·전북) 염기훈(32·수원) 등 K리그의 간판스타들과 '특급 킬러'로 성장하고 있는 황의조(23·성남) 등을 제외하고 뽑을 선수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일본은 J리거로만 채울 수 있다.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K리그에 젊고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없다는게 아쉬운 점"이라고 토로한 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대회에 출전하는 마당에 목표가 희미한 점에도 불신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일 최종엔트리를 공개한 자리에서 "첫 경기를 치르고 (목표가) 뚜렷하게 나올 것 같다. 최상의 전력을 준비한 홈팀 중국과 첫 경기를 치른다. 다른 경기도 보고 분석할 수 있다. 이 경기를 치르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27일 첫 훈련에서도 "그동안 목표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이들이 얼마나 할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K리그 등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활용해야 한다. 그동안 이들의 소속팀 경기를 체크한 만큼 기량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확신이 없는 두루뭉술한 답변이었다.
위험 부담이 없는 실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도 "젊은 팀으로 나와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적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나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나도 생각이 없는 감독이 아니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안하고 젊은 선수들을 데려가는 거다. 지도자로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소신껏 밀고나가야 한다. 더 큰 자신감도 필요하고, 목표도 명확해야 한다. 최종엔트리에 찬반 양론은 있지만 모두가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대표팀은 더 젊어졌다. '최고령'은 27세의 김신욱(울산)이다. 슈틸리케호는 31일 격전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동아시안컵은 대표팀의 근간인 유럽파와 중동파를 차출할 수 없지만 분명 기회의 무대다. '뉴페이스'들이 새로운 세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용기있게 도전하고, 후회없이 싸웠으면 한다. 슈틸리케호가 성공하면 한국 축구의 자산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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