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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64)이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4년여 만의 재등장이었다. 총구는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의혹을 받던 블래터 회장을 향했다. "블래터 회장이 차기 회장이 결정될 때까지 자신이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개혁 대상이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블래터 회장은 하루빨리 FIFA에서 손을 떼야 한다." 블래터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그리고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선거에 참여할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 생각하겠다. 국제 축구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 경청한 다음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뉴질랜드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 캐나다 여자월드컵 결승전을 차례로 관전하며 보폭을 넓혔다. 베를린에선 유력한 FIFA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미셀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만났다. 그동안 소원했던 국제 축구 관계자들과도 만나 허심탄회하게 FIFA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출마로 방향을 정했다.
정치적으로도 '실보다 득'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축구계와 이별하면서 정치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현역 최다선인 7선에 성공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권 교두보'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수며 아래로 가라 앉았다. 어느덧 1년이 훌쩍 흘렀다. '잠룡'의 무늬도 희미해지고 있다.
전환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축구'라는 탈출구룰 만났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 시절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축구 무대에선 여전히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다. FIFA 회장 선거는 '정치 인생'에서 새로운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물론 정치적인 계산을 떠나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FIFA 회장은 '지구촌 축구 대통령'이다.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블래터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데는 이유가 다 있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은 그 권력의 덫에 걸렸고, FIFA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정 회장의 도전에는 명분이 있다. 국제 축구계에서 '닥터 정'으로 통하는 그는 폐쇄적인 구조의 FIFA와 철저하게 평행선을 걸었다. FIFA 개혁파의 한 축이었다. 실추된 FIFA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적임자다.
하지만 이제 첫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FIFA 회장이 되기까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현재 차기 FIFA 회장 선거에는 브라질 축구스타 지코와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 축구협회장이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역시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쟁자는 따로 있다. 가장 두려운 적은 역시 블래터 회장이다. '수렴청정'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자기 사람을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플라티니 회장도 강력한 주자다.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에게 도전장을 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도 재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국 누가됐든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FIFA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임기를 놓고 타협점을 찾을 경우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정 회장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된 듯 하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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