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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레알 마드리드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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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이케르 카시야스(34)가 결국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다.
카시야스는 13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나는 더 이상 레알마드리드 선수가 아니다. 포르투에 합류하게 됐다"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축구팀의 골문을 25년 동안 지킨 이래, 가장 어려운 순간이 다가왔다.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다. 내가 9세에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그 때가 바로 어제 일 같다. 이 클럽은 나에게 선수가 되는 법을 가르친 것뿐 아니라 인격을 형성하게 만들었다"며 레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시야스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당연했다. 카시야스의 역사가 곧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였다. 카시야스는 1990년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에서 출발해 1998년 레알 마드리드 C팀에서 뛰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1군 무대에서 데뷔했다. 이때 카시야스를 데뷔시킨 감독이 바로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었다. 1999년부터 총 16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카시야스의 위대함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연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6년간 무려 14명의 감독이 바뀌는 동안 카시야스는 변함 없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지켰다. 2013~2014시즌을 제외하고 거의 매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라울이 떠난 후에는 항상 주장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화려한 공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부실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카시야스의 선방에 많은 부분을 의존했다. 팬들은 든든히 골문을 지킨 카시야스에게 '성 이케르'라는 호칭을 붙였다. 카시야스는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카시야스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5회, 코파델레이 우승 2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 1회 등을 차지했다.
그런 카시야스가 떠났다. 당장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가 아무런 대책없이 카시야스를 보낼리가 없다. 레알 마드리드의 넘버1 타깃은 맨유의 다비드 데헤아다. 데헤아는 지난시즌 맨유 수비를 혼자 먹여살렸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탁월한 실력에 스페인 국적을 갖고 있는 데헤아에게 레알 마드리드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맨유의 완강한 저항에 막혔다. 잔류로 굳어지는 듯 했던 데헤아의 미래는 카시야스의 포르투행과 맞물려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데헤아의 영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새롭게 영입한 오른쪽 윙백 다닐루의 입단식에서 '데헤아'를 연호하기도 했다. 맨유가 데헤아를 내줄 시 '세르히오 라모스+케일러 나바스' 카드를 원하고 있지만, 원하는 선수는 누구라도 얻고 마는 레알 마드리드인만큼 데헤아의 이적은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데헤아가 떠날 경우 맨유에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다. 맨유는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한다. 여전히 수비가 불안한 맨유 입장에서 수준급 골키퍼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맨유는 현재 데헤아가 떠날 경우를 가정해 여러 골키퍼를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토트넘의 우고 요리스, 아약스의 야스퍼 실레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얀 오블락 등이 후보다. 이들 중 한 명을 데려올 경우 해당팀 역시 새로운 골키퍼를 물색해야 한다. 골키퍼 연쇄 이동은 이미 예견됐다. 아스널이 첼시로부터 페테르 체흐를 영입하며 시작됐다. 첼시는 체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토크시티의 아스미르 베고비치를 데려왔다. 골키퍼는 한번 주전이 정해지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특수 포지션이다. 여기에 매경기 단 한명만 나설 수 있다. 그런만큼 변화가 시작되면 연쇄 작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카시야스가 일으킨 나비효과는 전 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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