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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와 한국 축구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7-07 07:16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5차전 경기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양팀이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광저우 선수들의 모습.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21/

K리그에 '최용수 폭풍'이 한 차례 몰아쳤다.

중국 프로리그 장쑤 순톈의 영입 제의는 파격적이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를 향한 러브콜이어서 반향은 더 컸다. 계약기간 2년 6개월, 총 연봉 50억원에 한국 축구판이 흔들렸다. 최 감독은 최종적으로 FC서울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축구 시장의 공세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축구는 국경이 없다. 언어도 초월한다. 중국의 '머니 게임'에 지구촌 축구 지형이 바뀌고 있다. G2의 한 축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파워가 그라운드에서 실현되고 있다. 그의 '축구 굴기(일으켜 세움) 정책'이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왜 축구일까. 중국의 인구는 약 16억명이다. 집중만 하면 어느 부문이든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팀 스포츠인 축구는 예외였다. 월드컵 본선 출전은 단 한 차례(2002년 한-일월드컵)에 불과하다. 축구는 중국내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그러나 주연은 중국이 아니다. 조연으로 '딴 나라'의 축구에 열광한다. 산아 제한으로 인한 개인주의, 끊이지 않는 승부조작, 선수들의 프로의식 결여 등으로 세계적인 레벨과는 거리가 멀다.

축구광인 시 주석이 개혁에 나섰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축구를 해야 한다. 중·고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2017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2만개의 '축구 전문학교'를 설립, 세계적인 축구 인재를 양성하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월드컵 출전, 개최, 우승 '3대 과제'를 목표로 내세웠다. 여기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프로축구팀 육성도 포함시켰다.

모든 구단이 앞다투어 시 주석을 향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의 선두주자 광저우 헝다의 1년 운영비는 1000억원이 넘는다. 베이징 궈안, 상하이 선화, 상하이 둥야, 산둥 루넝 등의 연간 예산도 800억원을 초과했다. 그 외 구단의 운영비도 500억원 안팎이다.

K리그에선 전북 현대가 가장 큰 손이다.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연간 운영비는 약 300억원이다. 이미 K리그 시장은 무너졌다. K리그 역사상 최고 용병인 데얀을 비롯해 하대성 김주영 에스쿠데로(이상 서울 출신)가 중국에 진출했다. 박종우 정인환 임유환 등도 K리그를 떠나 중국에 입성했다. 장현수 조용형 조병국 등은 해외에서 뛰다 중국 무대에 발을 들였다.

비단 K리그 뿐이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다. 이미 디디에 드로그바, 니콜라스 아넬카가 중국 리그를 거쳤다. 광저우 헝다는 최근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영입했다. 상하이 선화도 잉글랜드 첼시 출신의 공격수 뎀바 바와 프랑스 대표 출신 모하메드 시소코를 수혈했다.


스콜라리 감독

세계적인 명장들도 중국을 향해 질주 중이다. 브라질 출신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마르셀로 리피, 파비오 칸나바로에 이어 최근 중국 광저우 헝다의 지휘봉을 잡았다.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벤 외란 에릭손 감독도 상하이 둥야의 사령탑이다. 베이징 궈안을 이끌고 있는 그레고리오 만사노 감독과 광저우 부리의 코스민 콘트라 감독, 산둥 루넝의 쿠가 감독도 역량있는 해외 지도자들이다. 최 감독이 이들의 틈새에서 장쑤의 제안을 받은 것은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공세가 마냥 즐거울 수 없다. 한국과 중국, 축구에 있어서는 '공한증'이 대명사였다. 하지만 최근 '공한증'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와 선수들이 속속 중국 시장에 입장하면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아시아 최고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의 경우 중국 클럽들은 당당한 우승 후보다. 올 시즌에는 2013년 ACL을 제패한 광저우 헝다가 8강에 올라 있다.

반면 K리그는 중국 시장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긴축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현상 유지가 대성공일 정도로 한숨이 가득하다. 이대로 흘러가면 K리그가 중국 프로리그에 예속될 수도 있다. 또 월드컵 예선에서도 '한다면 한다'는 중국이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앞으로 4~5년은 중국 시장이 엘도라도가 될 것이다. 분위기도 이제 유럽이 되어가고 있다. 실력도 좋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팀이 후반이 되면 무조건 밸런스가 무너졌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끝까지 밸런스를 잘 지키더라. 해외 명장들이 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왕자병'인 중국 선수들이 순종한다. 전술적으로 좋아지는게 당연하다. 운동장에서 완전 진지해졌다. 그런게 무서운거다. 발전하는 속도가 무섭다. 예전 J리그 출범할 당시와는 비교도 안된다. ACL을 치르면서 피부로 느껴진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평가한 중국 축구다.

"반면 우리는 축소되면서 갈수록 선수 지키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훈련만으로 팀의 수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팀은 해결사도, 스타도 있어야 한다. 해결사, 스타는 확실히 비싼 선수들이다. 대표급이 다 빠져나가고 좋은 외인을 못 데려오면 결국 좋은 팀이 되기 어렵다." 최강희 감독이 평가한 K리그의 어두운 오늘이다.

결국 프로는 돈이다. 자본의 흐름에 역행하기가 쉽지 않다. 시 주석의 '축구 굴기'에 대비해 한국 축구도 살 길을 마련해야 한다. 둑이 무너지는 소리를 간과해선 안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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