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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희망을 찾아라.'
프로야구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코칭스태프를 변경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축구에서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올 시즌 초반부터 강등권에서 맴돌아 온 부산은 절박했다. 당장 효과는 나지 않았다. 4일 성남과의 홈경기서 0대1로 또 패했다. 4연패다. 10위 울산과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4일 성남전은 페널티킥으로 헌납한 패배라 더욱 뼈아프다. 하지만 위기만 가중된 것은 아니다. 작은 희망을 봤다. 뉴페이스들의 가능성이다.
부산에 합류한 지 1주일밖에 안된 엘리아스는 첫 경기부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후반 20분 상대의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리며 슈팅까지 연결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엘리아스는 31분의 신고식을 치르는 동안 슈팅을 3차례(유효슈팅 1개)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공격성을 드러냈다. 부산 구단은 엘리아스를 영입하면서 "키(1m75)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스피드와 드리블 기술이 좋아 웨슬리와 함께 좌-우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힐 수 있는 공격 루트를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엘리아스의 데뷔전은 이런 기대에 근접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도 "엘리아스가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조금 더 발을 맞춘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일단 합격점을 줬다.
'새로운 희망' 엘리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그동안 부산의 불운한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산은 그동안 용병 운이 지독하게 없었다. 윤 감독이 커다란 기대를 갖고 있던 베르손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 올 시즌 총 7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풀타임이 한 번도 없다. 4월 이후 내내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다가 5월 24일 광주전 교체 출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을 개막하기 전 몸 상태가 70% 수준이라 불안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향상될 줄 알았다. 부산 입단 전 브라질에 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준비를 하지 않을 까닭에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수비수 닐손주니어도 5월 17일 인천전 이후 가동할 수 없을 만큼 있으나마나한 자원이 됐다. 웨슬리 혼자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베테랑은 이미 빠져나간 채 젊은층 중심으로 꾸려진 국내선수 실태를 보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진에 중량감을 더할 수 있는 엘리아스가 가세했다는 것만으로도, 뛰지도 못하는 베르손을 보면서 입맛만 다시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오는 8일 인천전부터 출전할 수 있는 김동섭은 두 번째 희망이다. 김동섭은 박용지와 맞트레이드로 성남에서 데려온 중참 기대주다. 김동섭은 성남에서 김학범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해 올 시즌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하지만 부산은 1m87의 장신인 김동섭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능력과 명예회복 의지에 기대를 걸었다. 기복이 심한 박용지에 비해 체격이나 절실함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고 엘리아스-웨슬리와 윈-윈 할 수 있는 김동섭이 낫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뉴페이스 희망은 미드필더 김진규(18)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부산에 입단한 그는 4일 성남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 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젊음과 패기로 똘똘 뭉친 신인답게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부지런함으로 공격라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신인답지 않게 찬스가 오면 과감하게 슈팅을 날리며 존재감을 내보였다.
윤 감독은 "조금 더 빨리 프로 데뷔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훌륭했다"면서 "차세대 미드필더로 성장할 것이다. 패배 속에서도 김진규를 만난 것이 큰 수확"이라고 극찬했다.
부산은 하반기 기대수치를 부쩍 높여주는 '뉴페이스 3총사'로 새롭게 무장했다. 이제 뉴페이스 효과로 강등권 탈출을 향해 다시 뛰는 일만 남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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