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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찬,노상래-신태용 감독의 마음을 뺏은 전남유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7-05 17:13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프랑스-튀니지와의 2차례 평가전을 마친 직후 전남유스 출신 수비수 이슬찬(22·전남 드래곤즈)을 이 한마디로 평가했다. 프랑스전 선발로 나서 80분을 뛰었다. 튀니지전에선 후반 교체로 투입돼 20여분을 뛰었다. 신 감독은 120분간 지켜본 오른쪽 풀백 이슬찬에게 합격점을 줬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기동력과 승부근성이 좋고, 수비할 때 위치선정이나 공격 감각도 좋다. 내 맘에 쏙 들게 해줬다"고 했다. 측면 수비 자원을 고심하는 올림픽대표팀에서 이슬찬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에게도 추천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지난 3년간 남몰래 기회를 준비하던 '1993년생 잠룡' 이슬찬의 반전이다. 순천중앙초-광양제철중고 출신 이슬찬은 데뷔년도인 2012시즌 4경기, 2013시즌 3경기, 2014시즌 1경기를 뛰었다. 3년간 8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프로 4년차를 맞은 올해, '전남 레전드' 노상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전남 2군 감독, 수석코치를 두루 거친 노 감독은 이슬찬의 장점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다. 위기의 순간, 선택의 순간, 가장 위험한 미션을 이슬찬에게 부여했다. '믿음'이었다. 그리고 '준비된 프로' 이슬찬은 그 믿음에 보란 듯이 보답했다.

4월 26일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1강' 전북과의 홈경기는 프로 데뷔 후 4년만의 첫 선발이었다. 7라운드 부산전 직후 '왼쪽 풀백' 현영민이 경고누적으로 전북전 결장이 확정됐다. 노 감독은 "히든카드가 있다. 아주 '똘망진' 선수인데, 틀림없이 잘해줄 것"이라고 했다. 노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슬찬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리그 최강 공격수 에닝요, 한교원을 꽁꽁 묶어냈다. 프로무대에서 처음으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전남이 전북을 2대1로 이겼다. 이슬찬은 첫 선발에서 리그 첫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도 노 감독은 이슬찬을 믿고 썼다. 이번엔 풀백이 아닌 윙어로 올려세웠다. '전남 천적' 김치우 봉쇄 미션을 맡겼다. "공도 못잡게 하라"는 미션을 200% 수행했다. 전남은 서울을 2대0으로 이겼다.

'슬찬불패'는 계속됐다. 25일 충주험멜과의 FA컵 16강전, 전반 22분 안용우의 역전골을 도우며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1일 포항과의 홈경기(0대0 무)에서 이슬찬은 전남 출신 공격수 심동운과 맞닥뜨렸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에게 거머리처럼 끈질긴 수비로 맞섰다. 좌우, 상하를 오가며 눈부신 활동량으로 세컨드볼을 따내고, 찬스를 노리고, 공간을 지배했다. 물이 올랐다.

지난 3년간 8경기를 뛴 이슬찬은 올시즌 리그 7경기, FA컵에서 2경기를 뛰었다. "올시즌 목표가 1경기 풀타임이었는데… 지난 3년간 뛴 것보다 올시즌에 더 많이 뛰었다"며 싱긋 웃는다.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저 "운이 좋았다"며 자신을 낮춘다. "감독님들이 요구하시는 것, 기회를 주시려는 부분을 잡으려 노력했던 게 좋게 작용한 것같다"고 했다.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선수, 이슬찬의 가장 큰 장점은 영리함이다. 귀가 열려 있다. 작전 이해도가 높다. 팀 플레이어다. 요구한 부분은 하늘이 두쪽 나도 몸을 던져 해내는 근성을 지녔다. 소속팀 노 감독은 이슬찬을 오른쪽, 왼쪽, 위, 아래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자원으로 믿고 쓴다. "어느 포지션에 놓든 틀림없이 제 몫을 해내는 선수"라고 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이슬찬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태용 감독님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구하신다. 더 많이 올라가라고, 자신있게 오버래핑하라고 주문하셨다"고 했다. 신 감독의 칭찬을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 기사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그런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일단 팀이 가장 중요하다. 리그에서는 4위권인데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고, FA컵도 우승하는 게 목표다. 필요할 때 보탬이 되는 게 내 목표다. 팀에서 잘하면 자연스럽게 올림픽대표팀에서 불러주시고, 올림픽대표팀에서 잘하면…" 하더니 말을 멈췄다. "아, 거기까지는 너무 멀리 가는 것같다"며 웃었다. 전남 광양에서 축구만 알고 축구만 하며 살아온 애제자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 노 감독의 오랜 꿈이다. 노 감독의 바람을 전하자 이슬찬이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제가 된다면 좋겠네요." 이름의 뜻 그대로, '슬'기롭고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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