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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쏙 들었다."
4월 26일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1강' 전북과의 홈경기는 프로 데뷔 후 4년만의 첫 선발이었다. 7라운드 부산전 직후 '왼쪽 풀백' 현영민이 경고누적으로 전북전 결장이 확정됐다. 노 감독은 "히든카드가 있다. 아주 '똘망진' 선수인데, 틀림없이 잘해줄 것"이라고 했다. 노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슬찬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리그 최강 공격수 에닝요, 한교원을 꽁꽁 묶어냈다. 프로무대에서 처음으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전남이 전북을 2대1로 이겼다. 이슬찬은 첫 선발에서 리그 첫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도 노 감독은 이슬찬을 믿고 썼다. 이번엔 풀백이 아닌 윙어로 올려세웠다. '전남 천적' 김치우 봉쇄 미션을 맡겼다. "공도 못잡게 하라"는 미션을 200% 수행했다. 전남은 서울을 2대0으로 이겼다.
지난 3년간 8경기를 뛴 이슬찬은 올시즌 리그 7경기, FA컵에서 2경기를 뛰었다. "올시즌 목표가 1경기 풀타임이었는데… 지난 3년간 뛴 것보다 올시즌에 더 많이 뛰었다"며 싱긋 웃는다.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저 "운이 좋았다"며 자신을 낮춘다. "감독님들이 요구하시는 것, 기회를 주시려는 부분을 잡으려 노력했던 게 좋게 작용한 것같다"고 했다.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선수, 이슬찬의 가장 큰 장점은 영리함이다. 귀가 열려 있다. 작전 이해도가 높다. 팀 플레이어다. 요구한 부분은 하늘이 두쪽 나도 몸을 던져 해내는 근성을 지녔다. 소속팀 노 감독은 이슬찬을 오른쪽, 왼쪽, 위, 아래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자원으로 믿고 쓴다. "어느 포지션에 놓든 틀림없이 제 몫을 해내는 선수"라고 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이슬찬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태용 감독님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구하신다. 더 많이 올라가라고, 자신있게 오버래핑하라고 주문하셨다"고 했다. 신 감독의 칭찬을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 기사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그런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일단 팀이 가장 중요하다. 리그에서는 4위권인데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고, FA컵도 우승하는 게 목표다. 필요할 때 보탬이 되는 게 내 목표다. 팀에서 잘하면 자연스럽게 올림픽대표팀에서 불러주시고, 올림픽대표팀에서 잘하면…" 하더니 말을 멈췄다. "아, 거기까지는 너무 멀리 가는 것같다"며 웃었다. 전남 광양에서 축구만 알고 축구만 하며 살아온 애제자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 노 감독의 오랜 꿈이다. 노 감독의 바람을 전하자 이슬찬이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제가 된다면 좋겠네요." 이름의 뜻 그대로, '슬'기롭고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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