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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이 더 요란했다.
2009년 이천 대교, 인천 현대제철, 수원시설관리공단, 충남 일화, 서울시청, 부산 상무 6개팀으로 출범한 WK리그도 봄을 맞는 듯 했다. 2011년 대전 스포츠토토와 화천 KSPO(국민체육진흥공단)가 정부의 지윈책에 보조를 맞춰 창단됐다.
하지만 청사진은 장밋빛이었다.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원책의 유효기간도 끝이 났다. 충남 일화가 2012년 해체된 후 WK리그는 7개팀 체제로 운영 중이다. 여자 초·중·고·대학 축구팀을 57개에서 102개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도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팀 등록 현황(2014년 기준)을 살펴보면 여자 초·중·고·대학 축구팀은 69개팀에 불과하다.
5년 전처럼 또 열악한 환경을 논할 수 있다. 꾸준하지 못하는 지원책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악순환에 불과하다. 모든 문제는 관심에서 출발한다. WK리그의 평균 관중은 약 400명에 불과하다. 올 시즌 연고지 도입 등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WK리그는 여전히 머리 속에 없다. 캐나다 여자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한 23명 가운데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로시얀카)을 제외하고 21명이 WK리그를 누비는 '여전사'들이다. 월드컵의 관심은 '착시'에 불과하다.
비단 여자축구만의 고민이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4년 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에 온 국민이 흥분한다. 거리 응원에 밤과 낮이 없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그랬다. 하지만 실패한 성적표에는 '융단 폭격'이 쏟아진다. 브라질의 아픔, 이제 1년이 흘렀을 뿐이다. 또 다시 월드컵 전쟁은 시작됐다. 슈틸리케호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출항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아시아지역 예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K리그는 어떨까. K리그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뜨뜻미지근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 반짝할 뿐이다. 올 시즌 1, 2라운드에서 총 17만9246명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1만497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17라운드가 흐른 현재 평균 관중은 7789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의 평균 관중(7931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WK리그와 마찬가지로 K리그는 한국 남자축구의 젖줄이다. K리그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 브라질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K리그가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라면 월드컵 무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선전을 바란다면 국내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 K리그와 WK리그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고, 팀도 늘어날 수 있다. 하부구조가 탄탄하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레벨과의 기량 차도 줄어든다. 세계적인 스타도 탄생할 수 있다.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한국 축구의 열쇠는 팬들이 쥐고 있다. 월드컵에 일희일비하기에 앞서 관심으로 먼저 품에 안아야 한다. 태극낭자들이 24일 돌아온다. WK리그는 29일 재개된다. K리그는 순위 싸움으로 뜨겁다.
격려와 비판도 결국 무관심이 아닌 사랑에서 시작돼야 한다. WK리그와 월드컵, K리그와 월드컵은 한 배를 탔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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