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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재→유리몸→부활, 울산 FW 양동현 스토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6-22 13:43 | 최종수정 2015-06-23 06:47


◇양동현의 축구인생은 롤러코스터처럼 극과 극을 오갔다. 지난 4월 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5년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출전한 양동현이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다 이긴 경기였는데, 그래도 10명이서 잘 싸웠죠."

22일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공격수 양동현(29)의 표정엔 하루 전 치른 인천전 무승부(1대1)의 아쉬움이 가득했다. 천신만고 끝에 10경기 연속 무승의 고리를 끊었지만, 여전히 순위 상승의 발걸음이 더디다. 그러나 양동현은 반전을 노래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롤러코스터처럼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다 비로소 포효한 지난 11년 간의 프로생활에서 얻은 믿음이다.

프로 11년차,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 '정조준'

양동현의 2015년 전반기 성적표는 K리그 톱클래스 공격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16경기에 나서 7골-2도움으로 K리그 클래식 득점랭킹 3위다. 14경기서 7골을 기록한 염기훈(수원)보다 2경기를 많이 뛰어 순위싸움에서 밀렸지만, 올 시즌 현재 국내 선수 최다 기록인 만큼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2011년과 2013년 각각 부산, 경찰청(현 안산)에서 11골-4도움을 한 게 양동현의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다. 올 시즌 추세라면 2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양동현은 "도움을 주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김)신욱이가 기회를 잘 만들어주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도 도와주려고 노력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결정을 지어야 겠다는 의지가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득점 노하우' 공개에는 신중했다. "올 초 골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차이다."

부상으로 무너진 꿈, 군대서 만난 터닝포인트

양동현의 데뷔는 화려했다. 동북고 재학 중이던 2002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유학 프로젝트 1기 멤버로 메스(프랑스)에 입단한데 이어 2003년 바야돌리드(스페인) 유니폼을 입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부상과의 싸움' 서막이었다. 바야돌리드서 무릎부상으로 전력외 판정을 받은 뒤 2005년 울산에 입단한 양동현은 이듬해 K리그에 데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본선 직전인 7월 16일 과테말라전에서 부상하며 최종명단서 빠졌다. 2009년 부산 이적 뒤 황선홍 감독(현 포항)의 조련을 받으며 재기하는 듯 했으나, A매치 단 2경기 출전에 그치며 '남아공의 꿈'을 접었다. 부침 속에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따라다녔다. 떠올리기도 싫을 '부상'이라는 단어에 양동현의 눈빛은 흔들렸다. "축구선수로 꿈꿨던 목표들이 부상으로 다 깨졌다. 어릴 적부터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 힘들어도 가족에게 잘 털어놓지 못한다. 올림픽팀 탈락 뒤에는 가족, 지인과 모두 연락을 끊고 시내 호텔방에 1주일 동안 틀어박혀 있었다. 하루에 3시간 밖에 잠을 못자면서 멍하게 있었다."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양동현의 축구인생 터닝포인트는 '군대'였다. 양동현은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가 없어 군대에 갔는데, 처음 든 생각이 '잘 온 것 같다'였다. 그동안 남들이 도와주는 편한 여건에서 운동할 줄만 알았는데, 스스로 뭔가를 한다는 게 새로웠다. 당시 염기훈 김두현(현 성남) 등 뛰어난 선배들 속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했다. 모두가 만족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큰 자극제였다"고 밝혔다.


김신욱 대체자? 우리는 상생중!

제대 후 양동현은 부산의 간판공격수로 거듭났다. 1년 만인 2014년 친정팀 울산으로의 트레이드는 그래서 더 파격적이었다. 울산이 주력 미드필더였던 박용지 김용태(이상 부산) 2명을 내주며 양동현을 데려온 것을 두고 팬들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설 김신욱의 대체자'라고 평가할 뿐이었다. 양동현은 "울산 합류 뒤 3일 만에 치른 첫 경기가 경남전이었다. 그런데 관중석에서 '울산에 왜 왔냐'는 목소리가 들리더라.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잘해도 '빈 자리 잘 메웠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못하면 '역시 김신욱 밖에 없다'고 하더라. 자존심이 엄청 상했다. 올 초까지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초조함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발상의 전환'이 힘이 됐다. 양동현은 "나와 신욱이 중 누가 나서든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풀렸다. 나 혼자 잘해서는 한 시즌을 보내기 어렵다. 신욱이도 나와 함께 뛰면서 수비수 마크가 줄어들고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 인정하며 상생하는 게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클래식 17경기를 마친 울산은 12팀 중 8위다. '전통의 명가' 울산을 바라보는 이들이 기대하는 순위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때문에 '킬러의 책임감'이 크다. 양동현은 "프로생활 중 10경기 연속 무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울산이기에 말도 안되는 성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운이 따라주지 않은 부분이 컸지만, 실수 역시 패인"이라면서도 "인천전에서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10명이 뛰면서 후반 막판 상대를 몰아붙인 게 우리에겐 새로운 해답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양동현은 집 벽에 올 시즌 세워놓은 매달 득점 목표와 이를 확인하는 그래프를 크게 붙여 놓았다. "최대한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인데, 끝까지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먼 훗날 팬들이 '양동현'이라는 이름을 떠올린다면 '열정이 넘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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