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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인천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후반 33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벤치를 가리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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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같은 크로스가 문전을 향했다.
수비수를 등진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결정을 지어야 했다. 허공을 향해 도약한 그와 어깨를 견주는 이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머리를 갖다 대 방향을 바꾼 볼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드는 특유의 세리머니가 함성 속에 춤을 췄다.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7)이 팀을 패배 수렁에서 건져냈다. 김신욱은 21일 오후 6시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인천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3분 헤딩골을 성공시켜 팀의 1대1 무승부를 견인했다. 정동호가 인천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문전 왼쪽에서 수비수 경합 끝에 헤딩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이날 울산은 경기 시작부터 꼬였다. 전반 12분 유준수가 인천 공격수 케빈과 신경전을 벌이다 '박치기'로 곧바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후 10명이 싸운 울산은 후반 16분 인천 김진환에게 선제골까지 내주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김신욱의 해결사 기질이 발휘되지 않았다면 지난 전북전 역전패에 이어 또 무승 부진에 빠지는 악몽을 꿔야 했다.
이날 골은 김신욱에게도 특별했다. 지난 2009년 울산 입단 뒤 6년여 만에 쓴 100번째 공격포인트(211경기 82골-18도움)였다. K리그 통산 22번째로 쓴 기록이다. 김신욱은 데뷔 당시만 해도 무명의 '장신 중앙 수비수'였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김호곤 전 감독의 혹독한 조련 끝에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을 거쳐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뒤 긴 재활을 거치며 이제서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100번째 공격포인트는 새로운 자신감을 줄 만한 성과다.
김신욱은 "아무것도 모르던 수비수가 공격수로 변신해 100개의 공격포인트를 이뤄냈다. 내게 이런 기회를 준 울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를 보고 달려왔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분명 힘겨운 시기가 올 것으로 봤다.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면서 "힘겨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긴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나름대로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다. 이제는 그동안 내가 준비하고 노력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러시아를 향해 진군 중인 슈틸리케호의 고민은 '킬러 부재'다. 모두가 마지막 퍼즐로 김신욱을 꼽는다. 김신욱은 "이동국(전북) 박주영(FC서울) 같은 선배들이 슬럼프 뒤 부활하며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내게는 큰 동기부여"라며 "선배들처럼 나도 열심히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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