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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통쾌했다. 첫 발걸음은 경쾌했다.
UAE전은 16일 오후 9시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미얀마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1차전에 대비한 최종 리허설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UAE전을 앞두고 "어느 나라의 대표팀 감독이라도 선수 선발을 놓고 비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32세의 선수를 뽑으면 '나이가 많다'고 지적할 것이고, 23세의 선수를 뽑으면 '경험이 적다'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항상 비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철학을 가지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UAE전 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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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의 공격 시발점은 신예 정우영이었다. 전반 창끝이 더 날카로웠다. UAE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 일찌감치 중원을 장악했다. 변화무쌍한 공격 전술에 상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경기를 지배했다. 염기훈 이재성 손흥민의 키워드는 포지션 파괴였다. 염기훈이 오른쪽, 손흥민이 왼쪽, 이재성이 섀도 스트라이커였지만 무늬에 불과했다. 쉴새없는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수비라인을 무력화시켰다. 공간이 생기면 좌우 윙백에 포진한 김진수(23·호펜하임)와 정동호(25·울산)가 오버래핑으로 커버했다. 골 기회가 봇물처럼 터졌다. 문전에서의 마지막 세밀함과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전개 과정은 흠이 없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결국 염기훈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전반 2~3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이용재의 골도 '집념의 투혼'이 빚은 작품이었다. 그의 발탁을 놓고 말이 무성했지만 골로 논란을 잠재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득점과 상관없이 문전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 그동안 이용재를 비판해왔던 일부 팬들은 이제 자제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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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공백과 수비라인의 안정
정우영의 발견은 UAE전의 가장 큰 소득이다. 그는 한국영(25·카타르SC)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위치했다. 한국영이 수비에 무게를 둔 반면 정우영이 공수 연결고리를 했다.
기성용의 공백을 무색케하는 '패스 마스터'였다. 스루패스와 로빙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움직임에도 파워가 느껴졌다. 수세시에는 1차 저지선의 역할도 톡톡히 하며 중원을 강력하게 이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용재와 함께 정우영을 집중 검증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우영은 자신감이 넘치고 개성있는 선수다. 적극적인 플레이가 돋보인다"며 만족해 했다.
수비라인의 실험도 끝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는 중앙수비에 곽태휘(34·알 힐랄)와 장현수(24·광저우 부리), 후반에는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와 장현수 조합을 가동했다. UAE의 창끝이 무뎌 큰 흔들림은 없었다. 다만 3명 뿐인 중앙수비를 풀가동하며 컨디션을 체크한 것은 소득이다. 소집 직전 수비수 임채민(25·성남)과 김기희(26·전북)가 낙마했지만 큰 걱정은 덜었다.
이제 미얀마전이다. "전반과 후반에 경기력 차이가 작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선수가 교체됐어도 경기를 계속 지배했다"며 "모두 잘해서 미얀마전에 누굴 기용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선수들이 못해서 '누굴 빼야하나'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복한 비명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슈틸리케호의 첫 걸음마가 산뜻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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