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셀로나가 결국 웃었다. MSN트리오(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라는 사상 최강의 스리톱은 마지막까지 위용을 발휘했다.
바르셀로나가 기록한 모든 골에는 MSN트리오가 있었다. 첫 골부터 보자. 전반 4분 메시의 패스를 받은 네이마르가 수비수 3명을 끌어들이며 침투하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게 내줬다. 이니에스타는 노마크로 있던 이반 라키티치에게 내줬고, 라키티치는 지체없는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두번째 골은 메시의 원맨쇼가 빛났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23분 메시가 하프라인부터 돌파해 들어가며 왼발슈팅을 날렸다. 잔루이지 부폰이 막아낸 볼을 침투하던 수아레스가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후반 종료직전 역습에 나서던 네이마르가 페드로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유벤투스는 이날 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을 구사하며 바르셀로나에 맞섰다. 바르셀로나의 수비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유벤투스는 후반 중반까지 바르셀로나와 팽팽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전방 압박으로 무게중심이 올라가자 MSN트리오가 활동할 공간이 많아진 것이 함정이었다. 유벤투스의 수비진은 견고하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MSN트리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인기와 패싱력, 축구센스, 결정력까지 두루 갖춘 MSN트리오를 1대1로 막을 수 있는 수비진은 단언컨대 전세계에 없다.
사실 처음 MSN트리오를 바라보는 눈빛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바르셀로나에 너무 많은 스타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생제르맹)이라는 거물을 영입해 실패했던 사례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MSN트리오는 달랐다. 결승전까지 무려 122골을 합작하며 엄청난 위력을 과시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가 터뜨린 31골 중 27골을 터뜨렸다. 가공할 위력이었다. MSN트리오는 다른 스리톱과 달리 혼자 힘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센스를 바탕으로 한 절묘한 호흡으로 많은 합작골을 만들어냈다.이같은 MSN트리오를 묶은 것은 '축구의 신' 메시였다. 메시는 수아레스, 네이마르 두 천재들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활약을 펼치며 MSN의 리더 역할을 확실히 했다. 메시는 시즌 중반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불화설에 시달리는 등 이적설까지 나왔지만, 후반기 엄청난 동료들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57골을 넣은 메시는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 득점왕을 내줬지만, 수치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도 메시는 득점에 실패했지만, 세 골에 모두 관여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39골을 넣은 네이마르는 메시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였고, 25골의 수아레스 역시 기행 대신 특유의 득점력을 과시했다.
20세기 최고의 팀에는 수많은 후보들이 있지만, 21세기 최고의 팀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21세기 들어 벌써 4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번의 트레블을 달성한 바르셀로나다. 티키타카로 세계축구의 흐름을 주도했던 바르셀로나는 이제 MSN트리오를 앞세워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시즌이 바로 MSN트리오가 처음 발을 맞춘 첫 해라는 점이다. 과연 이들은 다음시즌 얼마나 더 대단한 공격력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들을 막기위해 어떤 전술이 시작될지. MSN트리오를 앞세운 바르셀로나와 그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다른 팀들간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