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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의 미소, 최강희의 스리백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6-08 07:49


FC서울과 전북현대의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전북 최강희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14/

지난해 11월 2일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56)의 앓던 이가 쏙 빠졌다. K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매듭이 FC서울, 최용수 감독(44)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최용수 감독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을 향해 사냥총에 이어 저격용 스코프를 장착한 연사가 가능한 'M4'까지 들었다. 하지만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7차례 만나 5무2패, 단 1승도 없었다.

그 날 최강희 감독은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스리백으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돌고 도는 세상, 최강희 감독이 마침내 최용수 감독을 넘었다. 1대0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한을 토해냈다. 최강희 감독은 최용수 감독의 전술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0대0으로 비기려고 경기를 준비했다. 전북 팬에게는 죄송하지만 서울전은 이기려고 준비하면 계속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서울 맞춤형 전술을 준비했다. 앞으로는 서울하고 경기가 이렇게 계속 진행될 것 같다"며 "서울이라는 팀이 홈인데도 적극적이지 않으면 결국은 전체적으로 경기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도 비기고 싶으면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이 할 수 있는게 킥하고 백패스 뿐이었다는 걸 느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용수 감독으로선 충격이었다. 그는 올초 "각 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지도자마다 철학이 다르다. FC서울 축구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했다"고 했다. 올 시즌 첫 대결에서도 전북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3월 14일 서울 원정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6월 6일, 세상은 또 달라졌다. 이번에는 최용수 감독의 앓던 이가 쏙 빠졌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달 전술에 변화를 줬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다시 변신했다. 최강희 감독도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 11월 첫 승을 상기한 듯 했다. 또 다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성환 김형일 김기희가 수비라인에 섰다. 실험으로 포장했지만 성공할 경우 최용수 감독에게 'KO 펀치'를 날릴 수 있었다.

하지만 스리백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서울의 스리백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전반전 슈팅수는 9대0, 유효슈팅수는 8대0이었다.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의 슈팅수가 0이었다. 수치였다. 전반 44분 박주영에게 일격을 당하며 전반을 0-1로 마쳤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국, 레오나르도를 투입했다. 포백으로 다시 옷을 갈아 입었다.

서울의 '닥공'은 더 거세졌다. 후반 7분 김치우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이동국이 후반 27분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더 이상 동력은 없었다. 슈팅수 15대6, 유효슈팅수 14대1, 서울의 압승이었다.

전북은 3경기 연속 무승의 늪(1무2패)에 빠졌다. 홈에선 6전 전승의 상승세가 무너졌다. 최강희 감독은 "홈에서 패했지만 선수들이 실망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잘했고 아직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오늘 경기는 상대가 잘한 게 아니다. 우리가 상대가 잘하도록 도와준 경기"라고 했다.


최용수 감독은 미소를 숨겼다. 하지만 여유가 넘쳤다. 그는 "내가 듣기 싫은 말이 수비적인 스리백이다. 리그 최강을 맞이했다. 선수 구성면은 물론 원정이라 우리가 불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며 만족해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최용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은 9월 12일 전주성에서 다시 만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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