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몽준 회장의 야심 그리고 손익계산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6-05 08:49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몽준 부회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FIFA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지난달 29일 5번째 FIFA 회장에 당선됐지만 각종 비리 의혹 및 외부의 반발 등으로 2일 사임했다. FIFA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가운데 오는 12월 후임 FIFA 회장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장 선거에 나설 후보로는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 미셸 플라니티 유럽축구연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03/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64)의 긴급 기자회견에 국제 축구계도 비상한 관심이다.

그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사퇴를 발표한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선거에 참여할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 생각하겠다. 국제 축구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 경청한 다음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국제 여론도 반응했다. 로이터통신, BBC, 유로스포츠 등은 정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면서, 차기 FIFA 회장 후보군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정 회장의 측근 그룹에선 FIFA 회장 도전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국제 축구계에서 쌓은 이미지는 선명하다. 정 회장은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돼 제도권에 진입했다. '닥터 정'으로 통하는 그는 폐쇄적인 구조의 FIFA와 철저하게 평행선을 걸었다. 주앙 아벨란제 회장 시절은 물론 1998년 대권을 잡은 블래터 회장과도 반대 노선이었다. FIFA 개혁파의 한 축이었다.

FIFA는 월드컵 선정 과정에서 비리 스캔들이 터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블래터 회장은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의혹을 받고 있다. 어느 때보다 FIFA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회장은 FIFA 회장에 도전할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은 있다. 그는 2011년 1월 FIFA 부회장 5선 도전에 실패한 후 국제 축구계에서 사라졌다. 4년 간의 공백이 있다. 정 회장이 "여러 인사들을 만나 경청한 다음에 판단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자회견은 자신의 존재를 알린 첫 단추였다. 이제는 국제 축구 무대에 다시 뛰어들어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가장 두려운 적은 역시 블래터 회장이다. 그는 사퇴를 밝혔지만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FIFA 새 회장은 12월∼내년 3월 사이에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의 '피바람'을 피한 후 자기 사람을 심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블래터 회장의 '거대 카르텔'도 살아 있다. 그의 우산 속에는 아프리카(CAF)와 아시아(AFC),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등이 버티고 있다.

정 회장이 FIFA 회장에 출마하려면 지지기반이 필요하다. 이삭 하야투 CAF 회장의 경우 현재는 블래터 회장에게 줄을 서 있지만 2002년 회장 선거에선 정 회장과 한 배를 탔던 인물이다. 국제 축구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독일 축구의 대부인 프란츠 베케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과도 막역하다.


최근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에게 도전장을 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는 2011년 정 회장을 꺾고 FIFA 입성에 성공했지만 이후에는 개혁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알리 왕자는 4월 열린 AFC의 FIFA 집행위원 선거에서는 정 회장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회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왕자는 이제 마흔 살이다. 정 회장이 FIFA 개혁이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하면 충분히 대화가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정 회장은 "많은 생각이 있지만 선거에 나가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블래터 회장 덕에 부당한 지원을 받은 분들은 이번 선거에서 출마를 자제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차기 FIFA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관측된다. 플라티니 회장은 2007년 UEFA 회장에 선임될 때 블래터 회장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손익계산이 깔려 있는 발언이다.

FIFA 개혁을 놓고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은 4일 "기존 조직들과 어떠한 관련도 없는 신선한 인물, (개혁 외에) 다른 아젠다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각국 축구협회나 대륙연맹 등의 조직과 연관있는 축구계 인사가 취임하면 문제는 그 조직의 인사들이 이미 썩었다는 것이다. FIFA 집행위원회에는 조직운영을 도울 축구계 인사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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